와인과 사진이야기

토목기술사인 사진작가 다람이 인생3막에 농부가 되어 직접생산한 포도로 정성드려 빚은 열정과 낭만의 와인 그리고 사진이야기

Achimmaru winery

Portfolio of my life/산행일기______

한가위에 명지산 3봉을 오르다...

daram93 2006. 10. 9. 14:03

중추절 한가위

 

2006년10월6일 중추절 보름달이 떠 올랐다. 둥근 보름달이 뜨면 마당에 멍석을 펴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볏짚을 태워 밤을 구워 먹던 옛 추억이 떠 오른다. 벼 이삭을 주워 잿불에 올리면 타닥타닥 이삭 터지는 

소리에 즐거워하며 입 언저리가 까맣게 되도록 주워 먹던 기억은 아마도 우리들 세대가 마지막이 아닌가

싶다.

 

 

 

날이 어두워 지고 휘황찬 보름달이 떠올라 어린 조카들을 데리고 폭죽놀이라도 하려고 하였으나 그 새

PC방으로 몰려 가 버리고 말았단다. 그래서, 디카 삼각대를 주섬주섬 챙겨서 뒷 동산에 올라 보름달 사

진만 딥다 찍어 댔다. 녀석들 그래도 난 니들보다 행복하다. 동화 같은 추억들이 니들보다 많으니까.....  

            

 

고향에 아침은 선선한 기운과 풋풋한 가을냄새로 시작되었다. 평소 새벽에 일어나던 습관이 있어서 그런

지 일찍 눈이 떠졌다. 밖으로 나와보니 먼동이 트고 있었다. 산 넘어 꿈틀대고 있는 여명이 구름 언저리

에 채색되어 영화 '반지의제왕'에 나오는 장면을 연상케 한다.   

 

  

 

일출 시간은 6시50분경이다.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은 아니지만 조금 큰 사진으로 볼 수 있다.

 

명지산 삼봉

 

아침식사를 마치고 도시락을 쌓다.  명절에 김밥집이 문을 열지 않을 것 같아 도시락을 챙긴 것이다. 도

시락은 정말 오랜만이다. 아마도 십수년은 족히 된 것 같다. 새삼 도시락을 보니 옛 기억이 떠 오른다.

 

하교길에 책가방에서 달그락 달그락 소리내던 노란 양철도시락은 배고픈 친구끼리 나눠 먹던 우정이 있

었고, 계란말이 등 맛있는 반찬이 들어 있으면 친구들이 뺏어 먹어 정작 주인은 한입도 먹을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 어머니는 도시락 밑바닥에 맛있는 반찬은 숨기고 그 위에 밥을 얹어 주셨다. 어머니의 사랑

과 정성이 한가득 담겨있던 도시락이었던 거다.  오늘 도시락은 메이커가 찍혀 있는 무슨 바이오 폴리플

로필렌이라나.. 뭐 그런거다. 

 

명지산은 해발고도 1,267m로 경기도에서 화악산 다음으로 높은 산이다. 산행은 크게 동서로 두가지 코스

가 있다. 하나는 동편에서 오르는 길로써 가평 백둔리 방향이고 다른 하나는 서편 상판리 방향이다. 

 

동편 백둔리에서 오를 때는 매표소에서 명지폭포를 지나 정상으로 가면되고 서편 상판리에서 오를 때는

귀목고개를 거쳐서 명지3봉, 2봉, 1봉(정상)으로 가면된다. 우리는 상판리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현리서 들어오는 버스 종점이 장재울이다. 우리는 이 곳에 주차하고 오전 8시45분경에 산을 오르기 시작

했다. 장재울은 명지산과 귀목봉 아래로 이어져 있는 계곡을 말한다. 그 길이가 4km나 된다고 한다.

 

30년전 장재울은 길이 없어 들어 올 수가 없었다. 그 때는 화전을 일구어 농사를 짓는 산촌이었고 몇가구

밖에 없었다. 어린시절 들은 이야기로는 이 곳에 호랑이가 살았다고 한다. 현리에서 일을 마치고 산중을

걸어 들어오면 캄캄한 어둠 속에서 푸른 빛의 광채가 번쩍거린다고 한다. 그것이 호랑이의 눈동자이며

호랑이 덩치는 집채만하고 빠르기는 번개같다고 호랑이를 보았다는 사람이 영웅담처럼 이야기 하던 기

억이 난다.  믿거나 말거나....     

 

  

 

지금의 장재울은 계곡을 주변으로 근사한 주택들이 들어 섰고 민박집과 방가로가 있다. 계곡은 산림감시

초소 앞에서 귀목봉계곡과 장재비계곡으로 갈리운다. 우리는 귀목봉 쪽으로 올라 섰다.

 

마을을 막 지나려니 누군가가 심어 놓은 금잔화와 백일홍등이 우리를 맞아 주었다. 조금 더 오르니 엉겅

퀴 같은 야생초가 막바지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장재울 초입에서 20여분 오르니 울창한 나무들이 빼곡히 차 있고 그 사이로 오솔길이 나 있다. 바르고

큰나무사이로 햇살이 비추어 은은한 분위기가 숲속에 가득하며 숲의 향기가 코 끝을 스치면 몸과

마음이 맑아 진다. 길은 순탄하고 군데군데 통나무로 만든 계단이 있어 산책하기 편하다. 계곡은 물이

말라 운치는 없지만 군데군데 고여 있는 맑고 깨끗한 물은 얼굴이 비치고 마음까지 시원하게 한다.  

 

 

 

 

 

귀목고개를 올라서면 이정표가 반갑게 맞아 준다. 여기가 해발 775m이고 왼쪽으로 올라서면 귀목봉으

로 가는 길이다. 귀목봉은 해발 1,036m이며 산이 완만하고 등산하기가 수월하여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

는 산이다. 오늘 이곳을 찾아 온 사람들은 대부분 귀목봉으로 올라가고 우리는 오른쪽 명지산으로 올랐

다. 

 

귀목고개는 계곡길과 능선길이 모이는 곳을 길목이라 하고 길목이 변하여 귀목이 되었다는 말이 있으나

어찌 신뢰가 가지 않는다.  

 

 

 

장재울에서 귀목고개까지는 이제 막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 아직까지는 푸른 잎이 더 많다. 귀목고개에

서 명지3봉까지는 단풍이 절정이다. 명지산은 단풍이 곱기로 소문난 곳인데 오늘 단풍은 고와 보이지 않

는다. 단풍이 제 빛깔을 내기 전에 벌써 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길에는 갈참나무가 무수히 많았고 그 열매인 도토리가 아람이 벌어 바닥에 지천으로 떨어져 있었다.

잠시 주어 모으니 한아름 되었지만 다람쥐 겨울식량으로 쓰라고 버려두고 왔다.

 

 

 

군데군데 단풍나무가 있어 붉은 단풍을 볼수 있었다. 하지만, 단풍보다는 갈색과 초록빛깔 나뭇잎 그리

고 울긋불긋 단풍이 어우러진 숲속의 풍경에 더 매료된다. 산중에 가을은 익어가고 있었다..  

 

 

명지3봉에서 내려다 본 상판리 장재울과 능선의 풍경이다. 멀리 운악산도 보인다.

 

 

 

위의 사진은 기이하게 생긴 바위라서 한컷 잡아 왔다. 악어가 사냥하는 것 같기도 하고... 교미하는 것

같기도 하다. 각자의 상상에 맡긴다.  

 

 

 

명지 3봉에서 2봉으로 넘어 왔다. 우측의 사진은 산림 감시카메라이며 3봉 근처에 있다. 산림의 안녕을

위하여 오늘도 카메라는 쉼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명지산 1봉의 풍경이며 2봉에서 본 모습이다. 여기는 단풍이 지고 있었다.

 

  

명지산 정상이다. 하늘에서 바위가 떨어진 것 처럼 여러 바위 덩어리가 아무렇게나 포개어져 있고 그

위에 명지산 정상이라는 표석이 세워져 있다.  이 곳에서 내려다 보면 가평시내와 북한강 줄기가 가물

가물 보인다.  

 

                   

 

특히 정상부근에서 눈에 띄는 것은 전나무이다. 전나무는 소나무과에 속하는 상록침엽수이다. 나무의 생김새가 고르고 수려하여 정원수로 심는 것인데 이런 고지에 군락을 이루고 사는 줄은 몰랐다. 사진에 솔

방울은 전나무 열매이고 그 안에 씨가 들어 있다.

 

이 곳에 도착한 시간은 13시가 조금 넘었다. 장재울에서 4시간 30여분 걸렸다. 여기서 도시락을 먹고는

다시 되돌아 하산을 시작 했다. 말이 하산이지 다시 2봉을 지나 3봉을 거쳐야 하니 등반을 또 해야 하는

거다. 죽을 맛이었다. 올라 갈 때는 목표가 있어 의지로 갔지만 하산 길은 너무 힘이 들었다. 다리에 힘

도 풀리고 무릎 관절도 아파 오기 시작했다.  

 

  

 

산중에 왠 거울?

등산로에 목교를 놓고 나무계단을 만드는 공사가 진행중에 있었고 거기서 일하는 인부들의 숙소로 쓰이

는 텐트가 있다. 그들의 세면장 위에 걸려 있는 칫솔과 거울이 걸려 있다. 살포시 미소 짓게 한다.   

 

 

 

 

다시 2봉과 3봉을 돌아 귀목재를 거쳐 장재울로 내려 왔다. 장장 9시간 걸리는 대장정이었다. 근래 들어

가장 긴 산행을 한 것 같다.

 

장재울 마을 한가운데 커다란 소나무가 우뚝 서있다. 긴 가지를 살랑살랑 흔들며 잘가라 인사하는 소나

무를 뒤로하고 장재울을 떠나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