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과 사진이야기

토목기술사인 사진작가 다람이 인생3막에 농부가 되어 직접생산한 포도로 정성드려 빚은 열정과 낭만의 와인 그리고 사진이야기

Achimmaru winery

Portfolio of my life/산행일기______

운악산 우중 단풍산행

daram93 2006. 10. 23. 11:59

 

얼마 전 뉴스를 보다가 올해 단풍은 곱지 않다는 말을 들었다. 단풍은 날이 추워지면 색상을 내는 엽록소

의 량이 많아져 노랗게 또는 붉게 변화되는 것이다. 그런데 올 가을은 가물고 더운 날이 계속되어 단풍이

들기 전에 낙엽이 된다는 이야기다. 

 

그래도, 가을엔 단풍산행을 해야지.   여름이 지나면서 주말산행을 시작했다. 운동량이 부족해서 시작

한 것이다. 올해 정기검진 결과 역시 비만으로 나왔고 의사도 "운동해서 살 빼세요" 라고 명령조로 말한

다. 핑계지만 평소에 운동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기에 주말등산이라도 열심히 하려는 생각이다. 

 

이번 산행은 운악산으로 결정했다. 내 블로그에 써 놓은 산행일기를 6070카페에 스크랩하였더니 다음과

같은 리플이 달렸다.

 

연인산 : 다람, 후기 잘읽었네. 다음부터는 혼자만 다니지 말고 우리랑 함께 산행하면 어떠한가...

안개꽃 : 그러게,,함께가자 글구 연인산 몸은 좀 괜찮니? 

미사리 : 다람! 우리랑 운악산 갈때 같이 동행좀 하자..멋지게 단풍사진도 쫌 찍어주고~~~
       

그래서, 연인산, 안개꽃, 미사리도 만나고 오랜만에 고향 친구들도 보기 위해 6070 월간산행에 동행하기

로 마음 먹었다....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에 걱정반 우려반으로 집을 나섰다. 고향 친구들하고 산행을 처음

하는 것이라 조금은 설레이는 마음으로 운악산입구에 도착했다. M이 먼저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친구

야 반갑다.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누구누구 오는가 점쳐가며 기다렸다. 아직 비는 안오지만 주차장에서

운악산 봉우리를 바라보니 정상에는 비구름이 걸려있다. 산이 험해서 안전사고에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 같다.  사진발이 영 안 받는군!!.

 

하나둘씩 일행은 모여 들었고 현리 친구들은 도시락과 과일도 싸 왔다. 서울서 오는 친구들이 아직 도착

하지 않았지만 걸음이 느린 몇몇이 선발로 출발하기로 했다. 산행은 제1코스로 정했다. 난 후에 출발하는

일행과 미륵바위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는 서둘러 산행을 시작했다. 비가 오기전에 산행을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운악산에 대한 소개는 작년에 블로그에 상세하게 올린 글이 있어 이번에는 생략하기로 하자. 참고로

  http://blog.daum.net/daram93/5215515   이 주소를 클릭하면 다시 볼 수 있다.

 

 

 

일행을 기다리는 동안 주변에 있는 나팔꽃 하나를 앵글어 주어 담았다. 나팔꽃은 어린시절 집담장 밑에

가득 피어 있던 꽃이라 새삼 옛 추억들을 떠 올리게 한다. 오랜만에 고향친구들을 만나서 더욱 그런것

같다. 요즈음은 아파트에서 사느라 나팔꽃 보기도 힘들다..

 

매표소 앞에 들어서니 철책문이 설치되어 있고 들어가는 입구는 쪽문을 통해야 한다. 언제부터 설치 했

는지 매우 거북한 느낌이다. 지금까지 많은 산을 다녀 보았지만 산입구에 철문을 설치한 것은 처음 본다.

여러가지 사정이 있어서 철문을 설치 했겠지만 ....  

 

매표율을 높이려는 방안인 것 같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고향의

명산이 외부 사람들에게 야박한 인심과 행정 편의주의를 보여 주는 것 같아 왠지 씁쓸한 느낌이 든다.  

 

 

 

제1코스를 따라 산행이 시작되었다. 굽어진 길을 돌아 산을 오르니 신선한 공기가 온몸으로 느껴 졌고

산사람이 된 것처럼 발길이 가벼워 졌다.  30여분쯤 오르니 능선 모서리에 옹기종기 바위가 솟아 있고

주위에 오래된 소나무가 운치를 더해 준다.

 

 

 

조금 더 오르니 눈썹 바위가 떡 버티고 있다. 숲에 가려서 멀리 전경을 잡는데는 실패 했다. 가까이

다가가 디카에 담았으나 그 모습이 눈썹을 닮았는지 잘 분간이 가지 않는다. 우측 사진은 눈썹바위 뒷

부분을 잡은 것이다. 

 

 

눈썹바위를 돌아서면 경사가 급한 험한길이 나온다. 길이 험하고 돌이 미끄러워 기어 올라야 한다. 험한

길을 올라서니 갈참나무 숲이 나왔다. 갈참나무가 빼곡히 우거져 있는 능선길에 낙엽이 떨어져 가을 정

취를 물씬 풍기고 있다. 능선은 벌써 낙엽이 지고 오솔길은 낙엽으로 수북히 쌓여 있었다..

 

일행 중 G가 말했다. "시몬 너는 아느냐? 낙엽 밟는 소리를...."  모처럼 만에 듣는 소리라 빙그레 웃음

이 나왔다. 그래서, 일부러 낙엽이 수북히 쌓여 있는 숲으로 들어가 낙엽을 꼭꼭 밟아 보았다. 사각사각

낙엽 밟히는 소리가 산중에 퍼지고 나는 사색에 잠기고 싶었다.

 

  

얼마를 올랐는가!!!  능선 하나를 힘겹게 넘어서니 병풍바위가 눈 앞에 확 펼쳐 졌다. 아~ 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하~얀 운무가 병풍바위에 내려와 신선들이 사는 무릉처럼 신비로움으로 가득했다. 안개와

바위, 바위에 자란 소나무, 간간히 끼여 있는 옅은 단풍이 어울려 한폭의 산수화가 따로 없다.

 

비오는 날 운악산의 비경은 가슴이 아련해 지는 신비로움으로 인해 계곡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혼미한

즐거움을 선사해 준다. 자연이 이렇게 신비로울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면서 산행의 큰 감동을 받아

간다. 운악산은 이래서 사시사철 사랑받는 산이 아닌가 싶다. 아쉬운 것은 사진으로 그 감동을 전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진 실력이 없어서 그런건지 알수 없지만............     

 

  

병풍바위를 돌아서니 미륵바위가 나왔다. 언제나 기이한 모습으로 우뚝 서있는 미륵바위는 예나 지금이

나 한결같은 모습이다. 바위에 붙어 모진 생명을 이어가는 소나무 역시 그 자태의 아름다움은 변함이 없

다. 뒤로 안개가 자욱하여 오늘은 신비로움을 더해 준다.

 

안개의 비경을 즐기느라 일행을 놓쳤다. 그래서, 일행을 따라 잡기 위해 부지런히 정상을 향해 걸음을 재

촉했다. 그런데 이제부터 진짜 험난한 길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위를 기어 올라야 했고 사다리를 건너고

능선 비탈의 좁은 길에서 하산하는 사람들과 마주쳐 교행해야 했다. 거기다가 비까지 쏟아지기 시작했

다. 우비를 꺼내어 대충 챙겨 입었으나 비바람을 온몸으로 맞아야 했다.

 

만경봉에 가까워지자 비바람은 더 세차게 몰아쳤다. 일행을 따라 잡으려 잰 걸음으로 올라 오느라 지쳤

고 안경에 빗방울이 맺혀 앞이 보이지 않았다. 만경봉 위에 설치된 통로가 빗물에 미끄러워 중심을 잃고

넘어질뻔 했다. 다행히 무릎만 살짝 글쳤다. 

 

크게 다친데는 없어서 몸을 추스려 일어 서려니 N에게서 전화가 왔다.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배도 고프고 어디서 쉬어 갈 것인지 궁금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가 와서 계획을 바꾸어 정상에 오르지

않고 마지막 갈림길에서 현등사 방향으로 일행이 내려 섰다는 이야기다.   

 

고지를 눈 앞에 두고 하산이라니 몸도 단련되고 튼튼한 놈들이 이 정도 비로 정상 정복을 포기한단 말인

가. 속으로 투털대면서 현등사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밥은 언제 줄건가 나쁜 녀석들 ...

커피라도 한잔하고 내려가야 하지 않겠나, 나쁜 욘들 ...

~~ 투털 투털 ^^ ㅋㅋ.

   

  

나중에 느낀 일이지만 정상에 안오르고 이 길로 내려 오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방향

계곡은 붉은 단풍으로 절정을 이루고 있었다... 정상을 돌아 남근바위 쪽으로 내려왔다면 이 절경을 놓

치고 말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후회할 뻔 했다.   

 

녀석들, 욘들 욕해서 미안허유~~ ^^

 

 

 

하산길이 계곡이어서 그런지 단풍이 너무 곱게 들어 있었다. 올해는 단풍이 안 이쁘다고 서두에 언급하

였으나 그건 이 계곡에는 해당되지 않는 것 같다. 이 계곡에는 어떠한 연유에서 인지 알 수 없으나 수

백미터 단풍이 현란한 색상으로 황홀지경이다.

 

더욱이 비가 뜸하고 안개가 자욱하여 중국 무술영화 강호에 나오는 신비의 세계 같다. 절경에 넉이 빠져

내려 오는데 저 아래서 N이 날 부른다. 우와~ 눈물나게 반갑다...  

 

 

 

여기서, 따끈한 커피 한잔를 마셨다. 비와 땀에 온몸이 흠뻑 젖었고 만경봉의 세찬 바람에 체온이 내려가

무지 추웠다. 그런데, 따끈한 커피를 마시니 목젖을 통해 온 몸으로 퍼지는 따뜻한 기운은 짜한 쾌감을

느끼게 했다.  L 고마워~ 세상에서 이렇게 맛있는 커피는 처음이야~   

 

  

 

붉게 불붙은 단풍 숲으로 중년의 여인이 길을 가고 있다. 뒤에서 보니 살아온 삶의 무게 만큼이나 무거운

짐을 지고 홀로 길을 간다. 깊은 시름과 상념을 하나 둘씩 풀어 낙엽에 묻어 두고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길

을 돌아보지도 않고 가더라. 무정하게........

 

 

 

핸드폰을 들어 사진 박는 것을 보니 세상의 연을 끊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도 이 비경 속에서 잠시나마

사색에 머리를 비웠으니 그대는 행복하다....   

  

   내가 길을가다 비바람이 휘몰아쳐
      길이 안보여 걸을 수 없다할지라도 
      당신께로 가는 길을 걷겠습니다


      우리들이 걸었던 푸른숲의 오솔길과
      수없이 나누던 사랑의 속삭임,
      입가에 번지던 환한미소을 떠올리며
      보이지 않는 그 길을 내가 길이 되어
      당신께로 가겠습니다.

 

      우인순의 '내가 길이되어' 중에서 』

 

 

 

불 붙은 단풍계곡을 벗어나 현등사에 다다랐다.  먼저 온 일행이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가 도착하

자 마자 쉬지도 않고 또 내려 간덴다. 아니 니들 친구들 맞어? 

밥도 안묵고 무겁게 지고만 다닐텐가?

 

성질 급한 친구끼리 현등사 입구 계단에서 급한대로 막걸리 한잔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는데.

한잔하고 가야지. 꿀 맛같은 이 맛을 먼저 가버린 니들은 모를거다...  

 

  

 

현등사 후문으로 들어오는 계단에 "나는 누구인가?" 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입석이 있어 지금까지

산에서 다 비워 온 머리에 무언가 꽉 채우는 느낌이 든다. 절묘하게도 산에서 내려오는 길목에 세워져 있

다.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운악산 이라는 표석이 처음보는 거라 사진을 박아 왔다. 아마도 최근에 설치한 것 같다. 황토가든에서

산행을 하지 않은 또 다른 일행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반가운 친구들 닭도리탕에 소주를 기울이며

별로 중요한 이야기도 아니지만 진지하게 많은 이야기들를 나누었다. 때로는 박장대소하며 깔깔대기도

했다. 표정들이 너무 순수하다. 좋은 친구들 ~~

 

이렇게 우중 단풍산행은 끝이 났다....

 

....

....

....

 

뭐? 2차도가고 3차도 갔다고? 그 이야기도 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