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 연인들의 도시 프라하(Prague)
우리는 카렐교를 지나 구시가지로 들어 섰다. 구시가는 중세시대의 건물이 빼곡히 들어서 있고 좁은 골목
은 긴 통로처럼 연결되어 있어 끝이 어딘지 알 수가 없었다. 이 좁은 골목을 따라 우리는 젊은이들이 많이
모인다는 카페를 찾아갔다.
우측의 사진은 우리가 찾아간 카페의 입구이고 다른 사진은 내부 전경이다. 우리는 이 곳에서 직접 만들
어 판다는 하우스 맥주를 시켜서 마셨다. 검붉은 색깔의 이 맥주는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 났다. 뒷 맛의
향은 지금도 입가에 맴돈다.
카페에서 나온 우리는 미로 같은 골목을 걸어 나왔다. 이 골목에는 작은 상점들이 많았고 특히 눈에 띄는
상점이 하나 있었다. 술 전문 상점이었는데 소화에 좋다는 체코 전통 술이 있다고 해서 들어 갔다. 우리는
여기서 깜짝 놀랐다. 현지인 상점 주인이 능숙한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올 때도 "감사합니다"라는 것이다. 너무 반갑고 기분도 좋아 졌으며 체코인들에 대한 호감도 생겨났다.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늘어서 인지 우리말까지 배워 친근감을 표현하려는 그들의 정성에 감복하기도
했고 우리의 국력이 동유럽에까지 미치고 있음을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프라하를 북쪽의 로마 또는 백탑의 황금도시라는 애칭으로 부른다고 하지만 필자는 "연인들의 도시"라
고 부르고 싶다. 연인과 함께 황금소로를 걸으며 프란츠카프카를 이야기하고 카렐교에서 낭만을 즐기고
노천카페에서 하우스맥주를 마시며 마리오네트 연극을 관람한다면 그 연인들의 사랑은 알콩달콩 익어
갈 것이다. 그래서 난 이 도시를 연인들의 도시라고 말하고 싶다. 실제로 이 도시는 연인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 틴교회(The Tyn Church)
구시가 광장으로 들어서면 장엄한 복식 첨탑이 한 눈에 들어 온다. 이건물은 고딕양식이며 1365년에 시공
되었고 금장식을 정점으로하는 두개의 탑 높이는 80m에 이른다.
15세기 초부터 1620년까지 이 교회는 후스파의 교회였다고 한다. 이 때에 이 교회에서 우트라퀴스트 성
찬식을 갖고 우트라퀴스트 상징물인 황금성배를 교회정면에 부착하였다. 이후 1621년에 성배가 있던 자
리에 성모마리아 상이 들어 섰는데 여기 있던 성배를 녹여 성모마리아상을 만들었다고 한다.
북쪽에 예수수난 장면과 실내장식이 아름답다고 하나 들어가서 보지는 못했다. 교회 옆에는 프란츠 카
프카의 생가가 있고 그의 자료와 유품이 전시되어 있다. 프란츠 카프카는 실존주의 문학의 대표적 작가
이며 그의 작품은 "변신" "성" "심판" 등이 있다. 독일에서 활동하다 빈에서 죽은 기구한 운명의 작가라고
한다.
사진은 주야로 찍은 것이다. 야경은 하단에 황금색 건물이 검고 하얀 첨탑을 받치고 있는 형상이다. 빛
의 은은한 조명이 야릇한 느낌을 주며 환의 세계에 빠져드는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 구시청사와 천문시계
위 사진은 구시가 광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시청사 건물이다. 이 건물은 고딕 양식이며 1388년에 세워졌
다. 원래는 상당히 큰 건물이었으나, 2차 대전 당시 일부가 불에 타 없어지고 그 후 현재와 같이 복구하였
다고 한다.
구시청사 건물에는 커다란 시계가 걸려 있다. 이 시계는 1410년에 제작되었고 천문시계이며, 두개의 원
으로 천동설에 입각한 우주관을 보여 준다. 윗쪽 원은 칼렌다륨이라 하여 해와 달의 움직임을 묘사한
것으로 1년에 한바퀴를 돌며 년,월,일,시간을 나타낸다. 아래쪽 원은 플라네타늄이라 하고 이것은 계절
별 장면을 묘사한 것으로 보헤미안의 농경 생활과 관련이 있다. 시간를 가리키는 시계 바늘은 세 가지
종류의 시각을 나타낸다.
첫째, 중세 아라비아 숫자로 된 바깥쪽의 원은 옛날 보헤미아 식 시각이다. 보헤미아식 시각은 태양
의 움직임에 따라 측정된다.
둘째, 로마숫자로 된 원이 나타내는 시간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사용되는 시간을 보여 준다.
셋째, 숫자판의 파란색 부분은 낮을 상징하는 하늘이다. 이것은 12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소위 바빌
로니아식 시각에서 해가 비치는 시간은 12시간으로 나뉘며, 그 길이는 계절에 따라 달라진다.
이 천문시계는 16세기 프라하에서 매우 중시되었던 황도 12궁을 통해 해와 달의 움직임도 보여준다.
보헤미안의 과학문명이 매우 발달하였음을 보여 준다. 그런데, 이 시계에는 기구한 사연이 있다고 한다.
이 시계는 15세기 프라하대학의 수학교수 '하누슈'에 의해 만들어 졌다고 한다. 그런데, 이 기발하고도
아름다운 시계에 대한 소문이 퍼져 다른 나라에서도 주문이 쇄도 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 시계를 독점하고 싶었던 프라하 시청에서는 '하누슈' 교수의 눈을 장님으로 만들어 다시는
시계를 만들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장님이 된 '하누슈'교수가 너무도 슬퍼서 시계탑에 올라가 자신이
만든 시계를 만지자 갑자기 시계가 멈추어 버렸고, 그 후 400년동안 움직이지 않았다는 슬픈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그 후 1860년에 수리를 하여 현재에 이른다고 한다.
이 시계는 시간을 알리는 종을 울린다. 이 때에는 광장에 많은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 시계의 작동을
구경한다. 시계가 정시가 되면 시계 오른쪽에 설치된 죽음을 상징하는 해골이 자기 오른 손에 감긴 줄
을 잡아 당긴 다음 왼손으로 모래시계를 들어올려 뒤집는다.
그러면 위에 두개의 창문이 열리고 시계 태엽에 해당하는 12사도가 성베드로를 따라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 행렬이 끝날 무렵에 수탉이 우는데 이 때 시계는 벨을 울려 시간을 알리게 된다. 이때에
같이 움직이는 것은 시계 왼쪽에 거울을 보는 자(허영을 상징)와 돈지갑을 든 유태인 인형(부를 상
징)이 같이 움직인다. 위 동영상에서는 안 보인다.
◆ 구시가 광장 풍경들
성니콜라스(St. Nicholas) 성당의 전경이며 1732~1735년에 재건축 되었다. 바로크 양식의 최고봉을
이룬다고 한다.
구시가 광장의 중앙에는 얀 후스(john Huss) 동상이 우뚝 서 있다. 그 의 500주년 순교일을 맞이하여
1915.7.6 에 세워진 것이다. 얀 후스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카를대학 총장을 지냈다. 그는 카
톨릭의 면죄부 발행을 비판하다가 교황 요한23세에게 파문 당하고 화형을 받은 체코의 신학자 였다.
동상 아래에는 『진실을 사랑하고, 진실을 이야기하고, 진실을 지켜라』라고 새겨져 있다.
프라하의 연인
구시가 광장은 SBS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을 촬영 했던 장소로도 우리에겐 유명하다. 이 구시가 광장은
상현이 소매치기를 당해 재희가 도와 주는 장면으로 처음 만나게 되는 장소이다. 그리고, 위 사진의 얀 후
스 상은 오른쪽 사진과 같은 소원의 벽으로 사용했던 장소이지만 실제 얀후스상 밑에는 "소원의 벽" 같은
것은 없었다.
그리고, 뒤에서 소개될 비셰흐라드에서 재희(전도연)와 상현(김주혁)이 조깅을 하던 곳으로 한적한
분위기라 연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었다. 카렐교에서도 가슴 찡한 풋풋한 장면들을 찍었던 장소이며
인기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의 발자취를 따라 관광하는 것도 남다른 재미가 있다. ^ ^
◆ 비셰흐라트(Vysehrad)
우리는 비셰흐라트까지 갈 계획은 없었다. 하지만 야경을 보려면 시간을 때워야 하는데 적당한 시간과
거리가 되는 곳이 바로 비셰흐라트라는 것이다. 아래 사진을 설명하기 전에 먼저 말하지만 프라하를 여
행한다면 이 곳을 꼭 들려 가기를 권한다. 다음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좌측에 사진은 비셰흐라트 언덕에 있는 성 베드로 바울(St. Peter and Paul)성당이고 고딕양식의 건축물
이다. 필자는 안에 들어가 보지는 못했지만 내부의 문양과 황금색 색상이 화려하고 환상적이라 하니 이
곳을 찾는 사람은 꼭 한번 들어가 보기 바란다.
성당 뒤편에는 체코의 "국립명예묘지" 가 있다. 지난 100년간 체코의 명예를 드높인 명사들의 묘소이고
우측사진의 묘는 체코의 국민적 영웅인 작곡가 스메타나(Smetana, Bedrich, 1824.3.2~1884.5.12)의
묘지이다. 스메타나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6곡의 연작 교향시 『나의 조국』이 있다.
스메타나가 '나의 조국'의 작곡을 시작한 것은 50세 무렵인 1874년이었다. 그러나, 이때부터 귀에 이상이
생겨 제1곡인 비셰흐라트(높은 성)에 이어 제2곡인 몰다우(블타바 강) 작곡에 착수했을 무렵에는 완전히
귀가 들리지 않는 상태가 되었다. 그러나, 그는 불굴의 의지로 제6곡까지 계속써서 55세에 전곡을 완성
하였다고 한다.
그리하여 1879년 완성한 "나의 조국"은 1882년11월 프라하에 초연되었고 그 이후 매년 그의 기일에 개막
되는 음악제 『프라하의 봄』 첫날(5월12일)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 의해서 전6곡이 연주되고
있다고 한다. 전6곡은 각각 체코의 역사가 담겨져 있고 애국적, 국민주의적인 방향으로 작곡되었다.
일제때 안익태 선생이 '나의 조국'을 지휘하다가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감동적인 작품이
다.
※ 제1곡 : 비셰흐라트(높은 성), 제2곡 : 몰다우(블타바 강), 제3곡 : 샤르카(복수의 여전사)
제4곡 : 보헤미아의 숲과 초원에서(체코의 풍경) 제5곡 : 타보르(프라하 남쪽도시)
제6곡 : 블라니크(산이름)
왼쪽 묘에는 아래 구석에 무하의 묘가 있고 그 가문의 묘라고 한다. 이 묘지에서 제일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다. 화가 알폰소 무하의 그림 중 성비트 대성상의 스테인드 글라스가 있다. 前 편에 사진이 있다.
가운데 사진은 묘지의 풍경이며 여인의 동상이 매우 인상적이다. 젊은 여인인데 비극적인 사연이
서려 있을 것만 같다.
오른쪽 동상은 "드보르작(Antonin Leopold Dvorak, 1841~1904)"의 묘이다. 체코의 작곡가이며 대표작
으로는 신세계, 루살카, 슬라브춤 무곡 등이 있다.
이 곳에서 세계적인 명사와 음악가들을 만나 그들의 예술세계의 혼를 조금이라도 접할 수 있었으니 이번
여행은 소득이 크다고나 할까!! 아뭏든 소중한 추억이 될 것 같다.
위 사진은 묘지의 풍경이고 대리석으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명사들의 영혼을 기리고 영원토록 기념하고
자 하는 이 들의 정신을 본다. 우측의 둥근 대리석은 이 곳의 시설물 위치를 알려주는 지도이다.
비셰흐라트는 높은 언덕 위에 세워진 성이라는 뜻이다. 약7세기경에 이 곳에 성과 요새가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성벽의 흔적만 남아 있을 뿐이다.
사진은 언덕 위에서 블타바 강을 바라 본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 왔다. 중세풍의 건물들이 저녁 햇살에
불그스레 물들어 가고 유유히 흐르는 블타바 강은 평온하여 꼭 영화 속 한장면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
너무도 아름다운 풍경이다. ^^
프라하에도 저녁이 찾아와 노을이 지고 연인들은 사랑의 밀어을 속삭이며 낭만의 도시 프라하는 저물고
있었다. 벽에 그려진 낙서도 예술처럼 보이고 정겹게 다가온다.
◆ 바츨라프 광장
바츨라프 광장은 길이 750m, 너비는 60m 이고 가운데는 화단을 조성 했고 중간에는 노상카페도 있어
중세와 현대가 공존하는 프라하에서 가장 화려한 거리이다.
이 광장은 체코의 고단한 역사가 베어 있다. 1968년 소련군 탱크부대가 침공하였을 때 '프라하의 봄'을
요구하는 체코 국민들이 목숨을 받친 장소이다. 그리고, 1989년 프라하 예술학교의 학생들과 배우들이
공산정권에 항의하는 데모를 하여 자유를 쟁취했던 "벨벳 혁명"의 역사적인 현장이기도 하다.
우측의 사진은 '국립박물관'이며 광물,동물,식물 표본 등을 전시한 자연사 박물관이다. 이 건물은 19세기
후반 체코의 네오 르네상스 건축을 대표하는 건축물이다.
중앙에 기마상은 보헤미아의 수호신인 성 바츨라프의 상이다. 성 바츨라프는 국난의 시기에 중부 보헤미
아의 그라니크 동굴에 잠들어 있는 기사들을 깨워서 이들을 이끌어 적을 격퇴시켰다는 전설의 왕이다.
기마상 주위로는 성 루드밀라, 성 프로코피우스, 성 아그네스 수호성인 3명의 기념상도 있다. 이 기마상
아래에서는 콘서트나 집회가 열리고 이 곳에서 희생된 사람들을 위해 꽃과 촛불이 항상 켜져 있다.
위 사진은 바츨라프광장 주변의 풍경사진이며 가운데 사진은 전차를 식당으로 개조하여 노상 카페를
만들어 운영하는 모습이다. 오른쪽 사진은 전차가 골목에서 나오고 있다.
바츨라프 광장을 돌아서 구시가 광장으로 오는 길에 오페라하우스 앞에 "오페라의 유령" 동상이 세워
져 있다. 가운데 사진은 보통 식당 입구인데 '마귀할멈' 인형이 세워져 있다. 밤이 어두워 지나고 있을
때 마침 바람이 불어 갑짜기 흔들리는 모습이 얼마나 무서웠던지 혼비백산 했다. 누가 저 집에서 밥을
먹을까?
체코는 유리공예가 발달해서 거리 곳곳에 유리공예 상점이 많이 있었다.
블타바 강에서 올려다 본 프라하성의 야경이다. 성의 은은한 조명과 차가운 느낌의 푸른 색상이 중세
건물의 중후한 멋을 풍긴다. 또한 동화 속에 나오는 요정의 집처럼 환의 세계에 빠져 들게 한다.
블타바 강에 비추어진 빛과 성의 어울림은 너무나 환상적인 풍경이어서 글로 표현하기가 무색하다.
프라하를 찾은 사람들 대부분 야경에 매료되어 몇 시간씩 이 자리를 떠나지 못한다고 한다.
좌측은 Hanavsky 파빌리온 야경이고 우측은 이름모를 다리의 야경이다. 다리는 가로등이 붉은 조명으로
되어 정열적으로 보인다. 프라하의 건축물 야경의 특징은 은은한 푸른 빛을 사용하였다는 것이다. 그 푸
른 빛은 건물의 돌 색상에 잘 어울려 묵직한 중세의 아름다움을 잘 표현하고 있다.
위 사진은 화약탑이다. 이 화약탑은 1475년 지금의 구시가지를 지키는 13개 성문 가운데 하나이자,
대포 요새로 건설되었다. 이후 총기 제작공이자 종 주조공인 야로스(Tomas Jaros)의 거처 겸 작업실
로 개축되었다가, 루돌프2세 때인 17세기 초에 연금술사들의 화약창고 겸 연구실로 쓰이면서 화약
탑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고딕양식의 탑으로, 높이는 65m이며, 총 186개의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프라하의 대부분의 건축물들
이 화려한 장식과 다양한 색상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과 달리 어둡고 칙칙한 느낌을 준다.
위 사진은 야경을 찍은 것이다. 여러장을 찍었지만 위 사진 한장만 간신히 건졌다. 야경을 촬영하려면
반드시 삼각대를 챙겨가도록 해야 겠다.
영화 '아마데우스' 등 많은 중세영화를 프라하에서 촬영한 것은 16세기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도시는
프라하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중세 역사가 그대로 살아 숨쉬는 도시 프라하 여행을 마치고 오스트
리아 빈으로 향하는 난 아쉬운 마음이 남았다. 1박1일로 프라하를 본다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였다. 기회
가 된다면 1주일 정도 여유를 가지고 다시 돌아오고 싶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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