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산행일기 (2/2) _ 1편에 이어서
해발 1,800m를 올라서니 공기는 차고 신선한 바람이 불었다. 아래로 제주도가 안개와 구름에 싸여
뿌였게 내려다 보였다. 이제 한숨을 쉬었다. 이제 다왔다는 생각에 아이젠을 풀고 물 한모금 마시며
한 숨 돌렸다.
여기부터는 계단이다. 아이젠을 착용하고 눈길을 올라 오느라 힘이 들었는지 계단이 더 반갑다.
정상 봉우리는 사발을 엎어 놓은 것 같기도 하고 병풍을 둘러 놓은 것 같기도 하다. 봉우리 아래는
기이한 모양의 화산암과 바위에 붙어 옆으로 자라는 각가지 모양의 철쭉나무들은 보는 즐거움을
선사해 준다. 사이사이에 눈도 남아 있어 겨울의 끝자락임을 말해 준다.
한라산은 항상 구름과 안개에 쌓여 맑은 하늘을 볼수 없다고 하는데 오늘은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
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붓을 들어 찍으면 푸른 물감이 뚝뚝 떨어 질 것만 같다.
위 사진은 동쪽을 향해 내려다 본 한라산 풍경이다. 멀리 안개 사이로 오름들이 보인다. 한라산은 100여
차례 이상 화산 폭발로 제주 전역에 368개의 오름이 형성 되었다고 한다.
한라산은 화산폭발에 의해 형성된 원추형의 순상화산(楯狀火山)이다.이것은 화산폭발 당시 용암(마그
마)의 점성이 낮아 평탄하게 용암이 흘러내리면서 동서방향으로는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남북방향으로
는 다소 급한 경사를 이루게 했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형성된 지형을 지질학적으로는 아스피테
(Aspite)형 화산이라 하는데, 방패모양의 단면을 이루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아스피테 화산인지 잘 모르겠지만 발아래 구름이 흐르고 구름띠가 천상과 지상을 가르는 풍경은 장관
이다.
막바지 동능정상의 풍경이다. 좁은 정상은 등산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발디딜 틈조차 없다. 여객
선으로 온 인원만 900명이라니 사람에 치여서 사진 한장 박기 어렵다. 동능정상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 였다.
한라산은 30만년에서 10만년 전에 3단계에 걸친 화산 활동으로 분출한 용암에 의해 솟아 났다고
한다. 백록담은 2만5천년 전에 마지막 대폭발로 만들어 졌으며 제주도의 장축 73km, 단축 31km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27년 전에는 바닥의 절반가량에 물이 있었으나 오늘은 손바닥 만큼만 얼어 있다. 해발 1,950m이다.
백록담의 백록은 흰사슴이라는 뜻이다. 신선이 하늘에서 흰사슴 무리를 이끌고 내려와 물을 먹이던
전설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옛날에 사냥꾼이 실수로 흰사슴을 활로 쏘아 죽였다고 한다. 그런데, 흰사슴을 죽이면 하늘의 벌을
받아 즉사한다고 한다. 그래서, 사냥꾼은 죽은 흰사슴 앞에 극진히 잘못을 빌고 사죄를 하였더니
신선이 내려와 진정으로 잘 못을 뉘우치는 사냥꾼을 살려주고 죽은 흰사슴도 살려 내었다고 한다.
진정으로 잘 못을 뉘우치고 사죄를한다면 죽음도 면할 수 있다는 교훈이 담긴 전설이다. 그래서
한라산을 일명 영주산이라고도 한다.
백록담 동벽에는 조정철의 이름이 새겨진 마애각이 있다고 한다. 백록담 아래에 떨어져 있어 볼수는
없었으나 홍랑과 조종철의 슬픈 사랑의 사연이 담겨져 있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도 영원히 변치 않는
지고지순한 그들의 사랑은 바위처럼 단단하고 굳세었다고 하니 그들의 사랑이야기가 궁금하다.
남한 땅에서 가장 높은 곳에 섰다. 산행이 아니라 무리한 행군이었지만 그래도 정상에 섰고 이 아름
다운 풍경을 가슴에 담아간다는 뿌듯한 생각에 마음은 이미 구름위에 떠 있다.
잠시 쉬면서 도시락을 꺼내어 먹고는 바로 돌아서 관음사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 했다. 27년만에 다시
찾아 온 백록담이고, 언제 다시 돌아 올 수 있을런지 기약없는 일이라 바로 돌아서 내려가는 것이 아쉽
지만 다시 되돌아 올 날을 기약하면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위 사진은 동능정상을 내려서면서 촬영한 풍경이다. 발아래 구름과 푸르른 구상목이 신선하게 다가
오고 한라산의 아름다운 풍경이 절정을 이룬다.
죽어서 백년이라는 구상나무 고사목이다. 아마도 제주도 한라산 홍보사진에서 가끔씩 보았던 장면
일 것이다. 한라산의 명물이며 운치를 더해 준다. 참으로 아름다운 절경이 아닐 수 없다.
동능정상에서 바라본 한라산 능선과 탐라계곡의 풍경이다.
좌측의 사진은 개미동대피소에서 바라 본 하산길 탐라계곡의 풍경이고 우측사진은 왕관능 기암절벽
이다.
하산길은 개미동대피소까지 눈이 쌓여 있어 매우 위험하고 계곡을 두번이나 건너는 등 오르락 내리락
해야 한다. 산을 오를때는 시간을 맞추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인지 지루한 느낌은 없었으나 하산길
은 한참을 걸어도 끝도 없는 길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마음을 편히 하고 길을 내려 왔다.
관음사코스 입구에 도착한 시간은 5시30분이다. 전체 18.3km거리를 7시간40분만에 강행군을 마치고
제주항에서 다시 여객선을 타고 인천으로 돌아 왔다.
오늘은 어제와는 달리 모두들 지쳐서 골아 떨어 졌다. 우측 사진은 선내 식당에서 초대된 가수가
노래하는 장면이다. 개그맨도 출연하여 선상의 또다른 즐거움을 마련하였고 산행의 피로를 풀어
주었다.
위 사진은 인천항으로 돌아오는 아침에 촬영한 바다풍경이다. 흐린날 바다 풍경은 은은하다.
한라산 크루즈여행은 여객선의 서비스가 개선되고 산행일정을 여유있게 한다면 환상의 여행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연안부두로 들어 왔다.
무리한 산행이었지만 안전하게 돌아 왔고 색다른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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