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과 사진이야기

토목기술사인 사진작가 다람이 인생3막에 농부가 되어 직접생산한 포도로 정성드려 빚은 열정과 낭만의 와인 그리고 사진이야기

Achimmaru winery

Portfolio of my life/산행일기______

환상적인 설경에 매료된 계방산

daram93 2006. 12. 24. 15:03

겨울산행의 커다란 묘미는 설경을 즐기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 근교에서 설경을 보기란 그리 쉽지가

않다. 눈이 많이 내려도 몇일만 지나면 전부 녹아 없어지고 내 일정에 맞추어 눈이 내려 주지도 않는다.

 

그래서, 설경을 보려면 멀리 강원도까지 가야한다. 최근에는 등산 동호회에서 눈꽃산행을 많이 가기도

하고 눈꽃열차도 운행해서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여러경로로 설경을 즐길 수 있다. 이번 산행은 계방

산으로 정했다. 계방산은 강원도에 위치하지만 비교적 접근하기 쉽고 등산로가 완만하여 겨울산행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에게 적합할 것 같아 계방산으로 정한 것이다.

 

이번 겨울산행은  오랜 세월 절친하게 지내 온 친구와 동행했다. 십수년전, 강원도 홍천 현장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있는 친구가 계방산을 가자하니 무지 반가워 했다. 옛 추억을 찾아 한번쯤 찾아가

보고 싶었을 것이다. 아뭏든 우리 일행은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속사IC를 빠져나와 31번 국도로 들어서서

운두령 방향으로 향했다.   

 

 

 

12월22일 금요일 밤11시가 지나서 예약된 민박집에 도착했다. 사실 숙박문제를 해결하지 않은채 무조건

출발하여 오면서 십수년 전에 기억을 더듬어 계방산 송어횟집을 찾아온 것이다. 다행히 주인장이 2층

안채를 내주어 하룻밤 신세를 지게 되었다.

 

송어횟집에서 하룻밤을 묵고 아침식사를 마친 우리 일행은 운두령으로 올랐다. 횟집 주인장이 이 곳까지

차로 이동시켜 주어 어렵지 않게 산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위 우측 사진이 운두령 정상이고 여기서 산행

기점을 잡았다. 

 

 

계방산은 해발 1,577m이며 운두령은 1,089m이다.  이미 1,000고지에서 시작하는 산행이기 때문에 겨울

산행은 무리하지 않고 오르는 코스인 것 같다. 계방산의 산행코스는 위 산행지도에서 보는 바와 같이 3가

지 코스가 있다. 보통 운두령 고개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등산코스 :  운두령 -> 건막교 갈림길 -> 1,492봉 -> 정상 -> 주목군락지 -> 옹달샘 -> 제2야영지 ->

                이승복 생가터 (약 5시간 소요, 거리 9Km) 

 

산행코스는 외길이며 완만하여 양호한 편이다. 이 코스는 오르는 길보다 내려오는 길이 두배나 되어

시간 배분을 잘해야 한다.  

 

 

 

운두령에서 약 1km쯤 오르자 이정표가 길을 안내하고 누군가 만들어 놓은 눈사람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눈사람도 추운지 떨고 있는 표정이 재미있다. 

 

눈은 적당히 쌓여 있었고 바람이 세차게 불어 방한복은 충분히 갖추어야 한다. 아이젠은 필수이고

스패치도 갖추는 것이 좋다. 아이젠은 4핀이면 적당하나 오래 걸어야 하므로 6핀을 준비하면 더 좋다.

 

동행한 친구가 고무밴드로 된 작은 아이젠을 착용하였는데 하신할 때 앞굽치로 몸무게가 쏠려 발가락이

모두 까졌다. 아이젠 밴드는 등산화 앞뒤로 고정되는 것을 준비해야 한다. 잘 못된 장비로 즐거운 산행이

자칫 고통이 될 수도 있다.

       

  

 

1492봉 가까이 오르니 나뭇가지에 설화가 만발하였다. 눈이 내려 나무에 눈이 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

나뭇가지에서 서리처럼 자라나 꽃을 피운 것이다.  

 

 

커다란 갈참나무 숲에 하~얀 설화가 피어 터널을 이룬다. 가히 장관이다.

 

 

 

정상으로 갈수록 눈은 더 많이 쌓여 있고 길을 벗어나면 허벅지까지 빠진다.  

 

 

전나무에 하얗게 덮인 설경이 영화 나니아연대기에 나오는 설국을 연상케 하며 환상적인 장면이 파노라

마처럼 펼쳐졌다.

 

 

기후가 시시각각 변화하여 구름이 산허리를 돌아 흐르고 있어 안개가 뿌였게 끼여 있으며 전나무는 하얀

옷을 입고 있다.  

 

 

 

아침에 8시20분부터 등산을 시작 했는데 너무 이른 시간이라서 그런지 등산객은 보이지 않고 우리 일

행만이 환상의 세계에 와 있는 듯 했다. 저 길로 들어서면 설국의 눈부신 요정이 나올 것만 같다.

 

 

 

1492봉 설경이다. 하늘에 운무와 맞다아 온 천지가 하얗다. 

  

 

 

 어찌 이 아름다운 풍경을 카메라에 담지 않을 수 있소냐?  

 

 

 

계방산 정상에 오르니 돌탑이 세찬 비바람을 맞으며 우뚝 서 있고 작은 표석이 계방산 정상임을 알려

주고 있다. 이 절경에 매료된 나그네는 갈길이 멀어도 발을 떼지 못한다.

 

이 곳 정상에서는 동쪽으로 오대산이 바라 보인다고 하나 오늘은 얄궂은 날씨로 어디가 오대산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계방산은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덕유산에 이은 남한 제 5위에 해당하는 봉이

라고 한다.

 

계방산 서쪽에는 남한에서 자동차가 넘는 고개로서는 두번째로 높은 운두령이 있으며, 북쪽에는 반달곰

이 서식한다는 깊은 골짜기 을수골이 있고, 남쪽에는 몸에 좋다는 방아다리 약수와 신약수 등 약수가 두

곳이나 있다.

 

계방산은 각종 약초와 야생화가 자생하는 곳으로, 특히 산삼이 유명하여 사철 심마니들이 모여드는 곳이

기도 하다.또한 이산에는 희귀목인 주목, 철쭉나무들이 군락을 이루며 자라고 있는 곳으로 산세가 설악

산 대청봉과 비슷하며,이 일대가 생태계 보호 지역으로 지정될 만큼 환경이 잘 보호되어 있는 곳이라고

한다.

 

 

 

산 정상에 오르면 백두대간 등줄기를 한눈에 볼 수 있어 인근에서는 최고의 전망대로 손꼽히는데 북쪽으로 설악산, 점봉산, 동쪽으로 오대산 노인봉과 대관령, 서쪽으로 회기산과 태기산이 파노라마를 연출한다고 하는데, 안개가 끼여 있고 설경에 취해서 그만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정상을 돌아서 주목 군락지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전나무의 푸른잎은 하~얀 옷으로 갈아 입고 도도

하게 겨울을 보내며 인내하고 있다. 반드시 봄은 올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서 오늘 지나는 길손을 맞는다.

 

  

 

주목 군락지 방향으로 내려서자 주목나무가 보이기 시작하고 두나무가 엉켜붙어 십자가 모양이 된 나무

가 눈에 띄었다. 각기 다른 나무가 엉켜서 나눗결이 하나가 된 이런 모양을 연리지라고 한다. 부부 또는

남녀의 애정이 깊음을 뜻하는 말이다. 이 연리지는 한나무를 다른 나무가 넘어지지 않도록 평생을 받쳐

주고 있으니 과연 애정이 깊어서 일까? 

 

억지 추론이라고 친구가 단칼에 무시했다.     ㅋㅋ?#$%&*#$% ...

 

오른쪽 사진의 소나무는 연인이 부둥켜 않고 있는 모습 같다고 일행이 감탄을 하면서 이거야 말로 연리

지라고 하길래 상상이 지나치면 뇌질환자라고 나도 단칼에 잘라 말했다. ㅋㅋ 

 

 

안개가 살짝 걷히고 푸른 하늘이 조금 열렸다. 계방산 정상을 넘어 남쪽으로 흘러가는 구름은 흩어져

마치 하늘이 진노한 듯 사나운 풍경이다. 이정표는 변덕스러운 날씨에도 말없이 제 할일을 다하고 있다.  

 

 

산이 높아 구름이 헐떡거리며 능선을 넘고 있다. 얼마나 오랜 세월 비바람을 맞았는지 전나무는 반쪽만

남아 있다. 그래도 푸른 잎은 변함이 없고 곧은 줄기는 꺽이지 않는다. 나는 너에게 끈기와 인내를

배운다. 

 

 

능선에서 제2야영장 방향으로 내려서니 산허리 쯤에 주목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하~얀 눈을 이고서

우뚝 서있는 고고한 자태가 주변 설경과 어우러져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이다.

 

길을 가던 나그네들이 발길을 옮기지 못하고 있다.  주목은 그 자태가 아름다워 관상용으로 심으며

목재는 가구재료로 쓴다. 주목은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산다고 하니 얼마나 단단하고 좋은

나무인지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지난 9월 오대산 산행할 때에 보았던 주목은 수령이 500년이나 되었다고 했다. 이 주목는 300년은 더 되

어 보이는데 안내판이 없어 수령을 알 수가 없다.

 

오대산 주목나무를 보려면 『 http://blog.daum.net/daram93/9262105  』 이 주소를 클릭하면 된다.

 

 

전나무에 눈이 소복히 내려 앉아 산행의 즐거움을 더해 준다. 정겨운 풍경이다.

 

 

 

주목 군락지를 지나서 눈밭을 헤치고 내려오니 조그만 옹달샘이 나왔다. 옹달샘은 작은 굴속에 있으며

머리만 간신히 넣고 물을 떠야 한다. 이 곳에서 샘물 한잔을 쭈~욱 들이 마시니 담백하고 시원한 물이

산행에 흘린 땀을 말끔히 씻어 주었다.

 

 

 

옹달샘에서 잠시 쉬고는 길을 재촉했더니 계곡이 나왔다. 눈과 얼음과 물이 어울려 계곡은 한폭의 동양

화가 따로 없다. 계곡물은 얼음 사이로 쉼없이 흘려 계방산의 생동감 있는 모습을 보여 준다.

 

 

 

얼음과 작은 폭포들의 풍경이 겨울 한 가운데 있음을 실감케 한다. 고드름이 열려 물방울이 방울방울

떨어지는 모습은 어린시절에 보았던 기억이다. 처마 끝에 달린 고드름을 따서 빨아 먹으면 요즈음 아이

스크림 부럽지 않았다. 이젠 공해로 인해 그런 풍경은 다 없어졌지만........

  

 

제2야영장 가까이 내려오자 낙엽송 숲이 나왔다. 곧고 쭉쭉 뻗은 나무가 빼곡히 들어 차 있어 산행의

마지막 볼거리를 제공한다.

 

 

 

제2야영장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하는 사람들의 풍경이다. 자연 눈에서 썰매는 즐기는 아이들은 마냥

즐겁기만 하다.

 

 

 

제2야영장을 막 지나면 이승복 생가가 있다. 이 곳에는 이승복군을 기념하는 비가 세워져 있다.

 

1968년12월9일 울진 삼척지구에 침투했던 북한의 무장공비들이 북으로 도주하다가 이곳에 침투 했다고

한다. 당시 속사국민학교 계방분교 2학년이던 승복군은 아홉살, 어린 나이로 항거하다가 그의 어머니,

동생들과 함께 참살 당하고 말았다고 한다. 그래서, 승복군의 그 용맹한 반공정신을 이어 받고자 그 가

순절한 이 곳에 비를 세웠다는 안내판이 있다.

 

무장공비들은 너무나 잔인하여 아이들 3명을 외양간 뒷쪽 오지랖 물에 쳐 넣고 큰 아들을 36곳이나 칼

로 찔렀다고 한다. 구사일생으로 큰아들만 살아 남았으니 이념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케 한다.

  

그리고, 이승복 생가 입구에는 다음과 같은 시가 적혀 있다.

 

     평창군 진부면 노동리 

     이곳은 반공의 꽃 이승복이

     꿈을 키우며 자라던 곳

     발길을 멈추고 옷깃을 여미니

     아! 지금도 들리네

 

  「공산당은 거짓말장이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

    

     그 용맹 그 외침 산울림되어

     계방산을 흔들고

     태백산맥을 울리고

     공산당의 가슴 서늘케 울렸나니

     꽃송이 채 꺽여간 어린 넋이여

     자유의 불기둥이여

    

 

 

산행을 마치고 계방산송어횟집으로 돌아왔다. 이 지역 양식장에서 잡은 송어라고 한다. 기름끼가 줄줄

흐르는 송어는 고소하고 너무 맛 있었다. 1Kg에 25,000원이다. 서울에 비하면 절반 값도 안된다.

산행 후에 먹는 즐거움, 당신도 알거다.  

 

 

돌아오는 길에 성우리조트 앞에 있는 찜질방에서 잠시 피로를 풀고 오늘 일정을 모두 마쳤다.

환상적인 설경에 매료된 산행이었다. 마치 환의 세계에서 돌아온 느낌이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혼자서는 겨울산행을 선듯 나서기가 힘든데 동행이 있어 다녀 올 수

있었다. 함께 해서 좋은 추억을 또 하나 만들어 준 친구야 고맙다....... ^^  

 

'Portfolio of my life > 산행일기______'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마산에도 눈꽃이 핀다.  (0) 2007.02.04
태백산 정기를 받아....  (0) 2007.01.22
계룡산_갑사로 가는 길  (0) 2006.11.26
삼악산에서 강촌으로....  (0) 2006.11.13
운악산 우중 단풍산행  (0) 2006.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