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과 사진이야기

토목기술사인 사진작가 다람이 인생3막에 농부가 되어 직접생산한 포도로 정성드려 빚은 열정과 낭만의 와인 그리고 사진이야기

Achimmaru winery

Portfolio of my life/산행일기______

한라산 산행기(1/2)

daram93 2007. 2. 26. 11:19

한라산 산행기(1/2)

 

직장 동료로부터 한라산 등산계획이 확정되었다는 메일이 왔다. 지난번 산행신청을 했는데 그 결과

가 통지된 것이다. 제주도는 여행으로 또는 업무로 십여차례 다녀 오긴 했지만 한라산을 등산한 적은

학생때 이후로는 없었다.

벌써 27년전이다.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완행열차를 타고 목포까지 가서 제주행 여객선을 타고 한라산

을 다녀온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는 목포에서 배를 타고 밤 새도록 밤바다를 헤치고 가면 아침에

제주항에 닿았다. 여객선은 파도에 롤링이 심해서 배멀리로 얼굴이 누렇게 뜨고 눕지도 앉지도 못해
밤새워 고생한 기억이 있다.

 

그래도, 스므살의 청춘은 즐겁기만 했고 소중한 추억들을 많이 만들어 냈다. 그 때에 동행했던 친구들

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궁금하다. 오늘 한라산 산행을 준비하면서 아련히 저려오는 추억들이

흑백필름처럼 뇌리를 스치며 그들이 그리웁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산행은 특별한 느낌이며 설레이는 마음으로 기다려 왔다.

 

  

 

한라산 산행은 인천에서 출발하는 관광여객선을 이용하기로 계획이 되었다. 그래서, 당일 우리 일행

은 연안부두에 도착하여 여행사에서 나누어 주는 노란 리본을 배낭에 묶고 여객선에 올랐다.

 

날은 저물어 서편에 해는 지고 연안부두 주변의 불빛들이 하나둘씩 켜지면서 항구의 야경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해 갔다. 낮에 보는 항구의 풍경과는 사뭇 다른 분위가 연출되었다.

 

2007년2월24일 금요일 오후7시, 드디어 여객선은인천항을 출발해 제주로 출발했다.      

 

 

 

이 여객선은 월수금 3번 출항하며 여행사에서 한라산 등산을 위해 특별히 개발된 상품이다. 요금은

인당 99,000원이고, 선상에서 몇가지 이벤트도 한다.   

 

배가 출발하고 밤10시가 되자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다. 출발하고 3시간정도 바다 한가운데로 나가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불꽃을 쏘아 올렸다. 바다바람은 세차게 불고 배는 전속력으로 달리면서 쏘아

올린 폭죽이라 불꽃의 꼬리가 옆으로 길게 늘어 졌다. 보통 육지에서 보는 불꽃놀이와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3,000발을 쏘아 올렸다고 안내하고 있으나 채 10분도 안되어 끝나고 말았다.

 

불꽃놀이 사진을 보려면 아래 주소를 클릭하면 볼수 있다.

 

  http://blog.daum.net/daram93/10883940 

 

 

  

 

4층 식당에서는 나이트쇼가 열렸다. 필리핀에서 온 가수가 흘러간 우리나라 뽕짝을 완벽하게 소화

하여 노래를 부른다. 5~60대가 좋아하는 발라드풍의 노래가 계속되었고 여행에 들뜬 관중은 열광했다.    

 

우리 일행은 6층 커다란 선실에 들었다. 안내자의 말로는 150명이 들어가는 대형 이벤트홀이라고 하나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 앉을 공간조차 없었다. 먼저 온 승객들은 매트리스를 하나씩 챙겨 자리를

잡았으나 나중에 들어 온 승객은 자리가 없어 서성이고 웅성대기 시작했다.

 

확인되지 않은 말이지만 500명 정원에 900명을 태웠다는 소문이 선내에 돌고 자리로 인한 실랑이가

여기저기서 벌어졌다.  우쩨... 이런일이 ...???

 

  『 어떤 남자가 잠시 밖에 나갔다 왔더니 자기 자리에 어떤 여자가 있었다.

      그 남자는 큰 소리로 자리를 비키라고 실랑이를 벌였다.

 

      여자가 말했다.

      "자리에 주인이 어디 있어요? 비킬수 없으니 마음대로 하세요...!!"

 

      남자가 말했다.

      "그러면 이 옆에서 끼어 잘테니 알아서 하세요...!!"

 

      다시 여자가 말했다.

      "내 몸에 손만 대기만 해봐라....."

 

      남자,  "ㅋㅋㅋ.. ^&*#$%^(%^*" 』

 

잠시후 5층에 수면실이 개방되었으니 자리가 없는 사람은 수면실로 이동하라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잠시 후 여객선을 둘러보러 로비로 나가보니 3층 로비부터 4층 복도를 승객들이 점령하고 있었다.

객실에 들지 못한 승객들이 복도까지 넘쳐나고 있었던 것이다. 정원초과라는 소문이 사실처럼 느껴

지고 깔판을 깔고 아무렇게나 뒹굴고 있는 승객들을 보니 짐짝처럼 취급받는 것 같아 씁쓸한 생각이

든다.

  

선실에서는 일행끼리 삼삼오오 둘러 앉아 바리바리 싸온 음식을 꺼내 놓고 술판을 벌인다. 한참을

먹고 마시고 떠들더니 고스톱판이 벌어졌다. 12시가 다 되어서야 승무원이 통제를 하고 그제서야

끝이 나는 것 같았다. 물론 복도로 밀려난 승객들도 마찬가지이다. 완전 도떼기시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어떤 아줌마는 술에 취했는지 혼자서 흥에 겨워 계속해서 노래를 한다. 얼마나 구성지게 노래를 잘하

는지 아무도 말리지 않는다. 그 아줌마의 조용하고 구슬픈 가락에는 살아온 삶의 깊이 만큼이나 한이

서려 있는 듯 슬픔이 배여 있었다.

 

이런 와중에서도 내일 산행을 위해서 잠을 청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여기저기서 코고는 소리가 장난

이 아니다. 오케스트라를 방불케하는 코고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자다깨다 하면서 선상에서의 첫날

밤을 보냈다. 

 

 

 

25일 아침, 날이 밝았다. 7시10분경 제주 앞바다에 해가 떠 오르고 있다. 구름이 살짝 낀 수평선 위로

태양이 쏫아 오르며 온 천하를 붉게 물들이고 있다. 가히 장관이다.

 

일출의 다른 사진을 보려면 아래 주소를 클릭하면 된다. 

 

    http://blog.daum.net/daram93/10884013

 

오전 9시가 다되어 제주항에 입항했다. 제주항 부두에는 관광버스가 대기하고 있었고 우리 일행은

서둘러 성판악코스 입구로 이동했다.

 

 

한라산에는 5개의 등산코스가 있으며 휴식년제가 적용되어 폐쇄된 코스가 있다고 하니 안내소에 문의

후 계획을 세워야 한다.

 

우리 일행은 성판악코스로 등산하고 관음사코스로 하산했다. 여행사에서 팩키지로 묶어 놓은 코스

이다. 성판악코스는 해발 750m에서 시작되며  관음사코스까지 총 18.3km를 등반해야 한다.   

 

 

 

위 좌측 사진은 성판악매표소 입구이다. 입구를 들어서니 안내 방송이 나왔다. 입산 시간이 늦었으니

서둘러 등산을 시작하라는 내용과 정상부근에는 잔설로 인해 위험하니 아이젠을 준비하라는 내용이다.

 

산행코스가 길어 늦어지면 하산할 수 없어 진달래대피소에서 12시에 입산을 통제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등산지도를 놓고 거리를 확인해 보니 진달래대피소까지 7.3km이고 다시 정상까지 2.3km이다.

현재 9시50분, 7.3km를 2시간10분만에 주파해야 한다.

 

평소 3시간정도 산행하는 코스가 보통 7km 정도되는 것 같았다. 이건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극기훈련을 하는 것도 아니고 2시간만에 7km를 행군한단 말인가? 무리하게 산행을 하다가 사고라도

난다면 어찌하란 말인가?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번 여행상품에 문제가 있다. 정원초과 문제도 그렇지만 산행 출발시간이 너무

늦다. 2시간정도 일정을 앞당기면 안전하고 편안한 산행이 될 것 같다. 아뭏든 걸음을 재촉해서 평소

보다 2배나 빠른 걸음으로 등산을 시작했다.  

 

위 우측사진은 현 위치를 알려주는 이정표이다. 이런 이정표가 거의 3~400m마다 하나씩 세워져 있다.

그래서, 언제든지 내가 있는 위치와 목적지까지의 거리를 항상 계산할 수 있도록 배려해 놓았다.

고마운 일이다.

 

 

 

등산로는 비교적 완만하고 잘정비가 되어 있다.

위 사진은 등산로 주변의 숲속 풍경들이다.  키가 큰 나무와 고사목들이 산행의 즐거움을 선사해 준다.

 

한번도 쉬지 못하고 강행군으로 올라 왔으나 12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진달래대피소까지 아직도

1km 가량 남아 있었다. 올라 갈수록 길이 좁아지고 그늘에는 잔설이 남아 있어 길이 미끄러우며 사람

들로 붐벼서 추월해 갈수도 없었다.   

 

일행들은 벌써 올라가고 중간에 통제를 한다고 하니 걱정되기 시작했다. 여기까지 와서 백록담을 보지

못하고 되돌아 간다면 어찌 한라산을 갔다왔다고 할 수 있겠는가?

 

벌써 등산을 포기하고 내려가는 사람들이 있다. 일행과 떨어져 갈건지 말건지 휴대폰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늦었지만 사정이라도 해서 반드시 올라가야 한다는 일념으로 거의 뛰다시피

진달래대피소에 도착했다.

 

12시20분이다.

 

진달래대피소에서 관리원이 줄을 치고 길을 막고 나섰다. 늦어서 올라 갈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가야한다고 들여보내 달라고 사정했더니 1시간 안에 정상까지 갈 수 있냐고 물었다. 자신있다고 말했

더니 길을 열어 주면서 1시간만에 정상까지 가야한다고 다짐을 받았다. 

 

"옛썰~~ , 고마워유~"

 

다시 2.3km를 1시간만에 올라가야 한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오직 정상을 밟아야 한다는 목표만

을 생각하며 빠른 걸음으로 길을 재촉했다. 

 

 

  

위 사진은 진달래대피소 입구에서 정상을 향해 바라본 풍경이다. 죽은 구상목 뒤로 정상이 보인다.

우뚝 솟은 정상이 멀게 느껴졌지만 푸른하늘과 어우러진 풍경에 위용이 있다. 여기까지는 정상이

보이지 않았으나 이제부터는 정상을 바라보면서 오른다.

 

한층 더 용기가 난다.

 

 

 

구상목 위에 까마귀가 한가로이 앉아 있다. 한라산에는 까마귀가 많았다. 무리를 지어 수십마리가

날아 다니며 끄억끄억 울어대는 소리가 기분 나쁘다. 앞서던 어떤 여자가 같은 느낌이 들었는지 어떤

나라에서는 까마귀가 길조라면서 애써 찝찝한 심기를 긍정적으로 전환하는 자기최면을 걸었다.  

삶의 지혜가 옆 보이는 장면이다. 나두 그렇게 생각해야지.....

 

 

 

위에 푸른 소나무처럼 보이는 나무들이 구상목이다. 구상나무는 지구상에서 오직 우리나라에만 자생

한다고 한다. 소나무과에 속하는 늘푸른나무, 힘찬기상을 가진 우리의 토종나무이다. 백록담을 중심

으로 해발 약1,400m 고지 이상에서 널리 분포되어 있고 큰 숲을 이루고 있다.

 

멀리서 바라보는 구상나무 숲은 온통 푸르기만 하다. 이러한 구상나무 숲을 보고 제주도에서는

"살아 백년, 죽어 백년"이라고 말한다. 살아 있을 때만 아니라 죽어서도 오랫동안 한라산을 아름답게

한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본 산행일기 2편에 죽은 구상나무 사진이 실려있다.

 

해발 1,800m 고지까지 오르자 구름이 발아래로 흘러간다. 가히 장관이 연출되었다.

 

정상 이야기는 2편에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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