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과 사진이야기

토목기술사인 사진작가 다람이 인생3막에 농부가 되어 직접생산한 포도로 정성드려 빚은 열정과 낭만의 와인 그리고 사진이야기

Achimmaru winery

AMAROUM WINE

아프리카 여행의 출발, 케냐에서 만난 비운의 소설가 카렌

daram93 2025. 1. 29. 18:07

아프리카를 연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 있는데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 나오는 아름다운 영상들이다. 난 이 영화를 3번 정도 본 것 같다. 필자가 아프리카 여행을 꿈꾸게 된 것도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부터다. 

10년 전부터 아프리카 여행계획을 세우고 일정과 항공스케쥴, 호텔 등을 조사하고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장기간 여행을 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직장인의 비애이다. 

 

퇴직하고 4년이 훌쩍 흘렀다. 코로나로 인해 집에 칩거하고 있다가 처음 여행을 떠 난 곳이 남미였다. 남미 5개국을 돌아 오면서 아프리카를 다시 꿈꾸게 되었다. 그 날부터 아프리카 여행을 준비해 왔다. 과거에 조사했던 자료들도 뒤져보고 인터넷 써핑도 해보면서 이렇게 아프리카 여행이 시작되었다. 

영화 아웃오브아프리카 포스터 & 여행루트

 

여행 준비에 대해서는 아래 글 목록을 찾아보면 여행 준비에 대한 글이 있다. 그래서 이번 여행 준비물에 대한 내용은 생략했다. 여행 준비는 대부분 비슷하지만 일정과 날씨, 환율 등 별도로 검토해야 할 것이 많으며, 특히 아프리카는 건강과 관련된 예방주사를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우리는 황열병 예방주사를 맞고 출발했다. 몇몇 국가에서 입국시 황열병 예방주사 여부를 확인하기 때문에 반드시 접종증명서를 지참해야 한다.

 

이번 여행은 동아프리카에서부터 시작해서 남아프리카까지 7개국(케냐/탄자니아/짐바브웨/잠비아/보츠와나/나미비아/남아공)을 돌아오는 일정이다. 11번의 항공기를 이용해야 하고 종일 차동차를 타고 이동하는 무리한 여행일정이다. 아프리카 대륙을 한달에 돌아보려는 욕심이 무리한 일정을 선택하게 한 것이다. 사전에 체력을 길러서 출발해야 했지만 바쁜 일상에 몸을 만들지 못하고 출발해야 했다. 그래서 여행 후반에는 너무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고 남아공에서는 일정을 마치면 호텔에서 잠만 잤다. 

 

아프리카 여행의 출발지 케냐  나이로비 

항공편은 인천에서 에티오피아항공을 이용해 아디스아바바를 경유하여 나이로비로 입국하는 경로를 선택했다. 장시간 탑승은 피하고 싶었지만 짜여진 일정에 맞추어야 하는 여행이라 고생을 각오해야 했다. 힘든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항공사고에 대한 불안감이다. 1주일 전에 무안 항공사고가 발생하여 179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던 터라 우리 일행은 모두가 불안한 마음으로 기내에 올라야 했다. 11번이나 탑승을 해야 한다는 것도 큰 부담이었다. 사실 비행기가 뜨고 내릴 때마다 간절히 기도를 했다. 어떤 승객은 비행기가 공항에 안착을 하면 혼자서 박수를 치는 분도 있었다. 이런 트라우마를 않고 여행의 첫발을 내 딛었다.

 

 

 

케냐에 도착하여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좀 쉬었다. 20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와서 피곤이 한거번에 몰려오는 듯 했다. 저녁에는  Safari Park Hotel에서 바베큐 파티를 했다. 염소고기, 악어고기 등 야생동물 고기를 시식할 수 있는 식사였다. 한우에 익숙한 우리 입맛에는 그리 좋은 맛은 아니지민 특유의 향과 맛을 가진 야생동물 고기를 시식 할 수 있었다.  한참 식사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현지 가수가 무대에서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라는 한국노래를 불렀다. 이국 멀리 아프리카에서 한국노래를 듣다니 기분이 묘해 졌다. 국력이 커져서 여기 아프리카 까지 미쳤다는 생각을 했고 한류문화의 저력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다음 날 버스를 타고 나이바샤 호수로 갔다. 나이바샤는 나이로비에서  북으로 약100km 정도 떨어져 있고 자동차로 2시간30분정도 소요되었다. 호수는 평온했고  기린, 얼룩말, 하마, 사슴, 독수리 등 다양한 동물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액티비티한 사파리를 원한다면 여기는 피해가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저 평온한 호수일 뿐이였다. 아프리카 맛보기 정도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나이바샤 호수의 동물들

호텔은 나이바샤호수 근처에 있는 Sopa Lodge 이다. 아름다운 숲속에 잘 어울리는 그림같은 집이다. 롯지라고 해서 천막집을 생각했는데 현대식으로 잘 지어진 2층짜리 전원주택 같은 롯지이다. 방안은 넓고 침대에는 모기장이 쳐져서 공주방 같은 느낌이다. 큰창을 여니 밖으로 나올 수 있었고 나이바샤호수가 잘 보이도록 배려된 구조였다. 정원에는 커다란 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었고 기린, 얼룩말, 원숭이 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여기가 정말 아프리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호텔 Sopa Lodge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저자 카렌 블릭센 Karen Blixen

카렌의 저택

 

여행 3일차, 다시 나이로비로 돌아와서 '아웃 오브 아프리카 Out of Africa' 의 저자 카렌이 실제 생활했던 저택을 방문했다. 여기서 카렌에 대해 좀 알아보고 가자.  카렌 블릭센 Karen Blixen은 1885년 덴마크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파리, 로마 등에서 미술공부를 했다.  1913년 스웨덴의 친척인 브로브 본 블릭센피네케 남작과 약혼한 후 함께 케냐로 이주하였고, 이듬해 결혼해 커피 농장을 차린다. 남편과 사이가 좋지 못했던 카렌은 데니스 핀치해턴과 친밀한 사이가 되어 연인으로까지 발전하게 된다. 하지만 남편과 이혼하고, 1931년 데니스가 비행기 사고로 사망하면서 커피농장까지 파산하게 되자 덴마크로 돌아가 평생을 보낸다. 

 

귀국 후에 그 녀는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여, 1934년 '아이작 디센'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첫번째 소설 "일곱개의 고딕 이야기 Seven Gothic Tales"이 미국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그 후 여러 편의 소설을 출간하였고 동시대의 유명인 헤밍웨이, 펄벅 등으로부터 존경을 받았으며, 1939년에는 덴마크에서 타게아 브란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한 두차례나 노벨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던 그녀는 왕성한 작품 활동을 벌이다가 1962년 77세를 일기로 사망한다. 

 

여러나라 언어로 번역된 소설 "Out of Africa" (한국어판도 있음)

 

여기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소설 "아웃 오브 아프리카"는 영화로 더 친숙하다. 미국에서 발표된 이 작품은 카렌을 작가로서 의 명성을 굳히게 해준 작품이다. 그녀의 대표작이 된 이 작품은  17년간의 아프리카 생활에서 겪은 모험과 삶의 이야기를 시적이면서도 담담하게 절제된 필치로 담아내어 뜨거운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1985년 영화로 만들어 졌으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7개부문의 상을 석권했다. 

 

영화는 로멘스를 주로 다루었지만 정작 그녀의 소설은  카렌의 아프리카에서의 삶에 더 비중을 두었으며 농장의 이야기, 원주민들의 이야기, 야생동물과 사파리에 대한 자전적 이야기이다. 정치적인 격변과 우정, 이혼, 몰락, 그리고 죽음에 대한 이야기로 흥미와 감동을 준다. 

카렌의 거실(좌), 침실(우)
카렌의 초상사진(좌), 카렌의 연인(중앙), 카렌의 남편(우)
거실 식탁

그녀가 살았던 저택은 수수하였으며 사용하던 가구들도 그대로 전시되고 있었다. 벽에는 그녀의 남편과 연인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고, 화가였던 그 녀의 작품들도 몇 편 걸려 있었다. 필자를 아프리카로 이끌게 만들었던 카렌의 일생을 돌아보고 그 녀의 숨결이 그대로 남아 있는 침실에 들어서니 금방이라도 카렌이 마중을 나올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정원은 아주 넓었으며 고목들이 잘 어울리는 저택이었다. 정원을 한 바퀴 돌아보고 그녀의 커피 공장을 둘러 보았다. 녹이 슬어 작동은 안되지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큰 기계음 소리와 커피 볶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여기서 많은 노력과 땀을 흘리며 꿈을 실현해 가던 그들의 모습을 떠 올려 보았다.  

 

카렌의 정원과 커피 볶는 기계

 

비운의 소설가 카렌의 저텍을 나와 공항으로 이동해서 탄자니아 킬리만자로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