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과 사진이야기

토목기술사인 사진작가 다람이 인생3막에 농부가 되어 직접생산한 포도로 정성드려 빚은 열정과 낭만의 와인 그리고 사진이야기

Achimmaru winery

AMAROUM WINE

조지아 여행, 카헤티 Khkheti 와이너리 탐방

daram93 2024. 4. 4. 02:00

조지아 카헤티 지역은 조지아를 대표하는 와인 생산지이다. 하얀 눈이 덮인 코카서스 산맥이 장벽처럼 둘러처져 있고 그 위로 하얀 구름이 장엄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도 유럽에 속해서 인지 사이프러스 나무가 가는 곳마다 심어져 있어 전형적인 유럽의 풍경이 느껴진다. 작은 마을 뒤로 포도밭이 있고 와이너리가 있어 8000년 와인의 역사가 숨쉬는 크베브리가 조지아의 자부심이다. 

 

필자는 동굴와이너리 카레바 Khareba 를 돌아보고 시그나기 민속마을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비가 내렸고 안개가 자욱하여 앞길이 보이지 않았다. 시그나기 마을은 민속마을 이라고 하나 그냥 보통의 시골마을 같았다. 여기서 인상적인 것은 심수봉의 "백만송이 장미"에 얽힌 이야기가 전설처럼 여행자의 마을 설레이게 한다. 

 

시그나기 마을에 세워진 피로스마니 얼굴상

 

백만송이 장미는 조지아 화가 '피로스마니'에 관한 전설을 노래로 만들어 불렀고,  우리나라에서 심수봉이 리메이크해서 유명해 졌다. 1862년 시그나기 작은 마을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피로스마니는 10살때 부모가 돌아가셔서 부유한 상인의 종으로 28세까지 살면서 독학으로 그림공부를 했다. 그는 평생 가난하게 살면서도 홀로 공부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을 만들어 낸다. 그는 따뜻하고 강렬한 색채가 돋보이는 많은 작품을 그렸는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리미티즘 Primitism의 대가가 된다. 

 

피로스마니는 선술집에서 식당 간판을 그리며 근근이 살아 가던 어느날 조지아를 방문한 여배우 '마르가리타'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팔아 엄청난 양의 장미를 사서 그녀가 묵고 있는 숙소 앞에 장미로 장식을 했다. 하지만 그녀로부터 그의 사랑은 거절 당했다. 그 후 그는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며 살다가 말년에는 지하실 방에서 홀로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다 사망한다. 그 때 나이는 55세 정도로 추정한다.  당대에 미술계 기득권 세력들에게 조롱과 멸시를 당하던 천재화가의 말년은 비참하게 끝났고 그를 추모하는 사람들이 그 의 사랑을 노래로 만들어 불러 우리에게도 알려졌다. 

 

"미워하는 마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할 때 백만송이 꽃은 피고 그립고 아름다운 내 별나라로 갈 수 있다네......"

백만송이 가사의 내용이다. 애절하고 모든 것을 바쳐 사랑한 한 남자의 비애가 그려지는 노래이다. 심수봉의 백만송이 장미는 그냥 좋은 노래로만 알았는데 이런 사연이 있는 줄은 몰랐다. 시그나기 작은 마을에서 감성에 젖는 순간이었다. 

 

백만송이 장미의 여주인공 마르가리타

 

네크레시 수도원 Nekresi Monastery

 

시그나기 마을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텔라비로 이동하여 홀리데이인호텔에서 하루 밤을 묶고 다음 날 네크레시 수도원을 방문했다. 네크레시 Nekresi 수도원은 Alazani 계곡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에 지어졌다. 여러시대를 거치면서 다양한 용도의 건물이 지어졌다.  4세기에 바실리카 양식으로 지어진 교회와 작은 예배당, 그리고 무덤과 수도자들의 유골 등이 보관되어 있었고 와이너리와 저장고가 있다. 

땅에 묻었던 크베브리와 와인제조 작업장

 

트빌비노 와이너리 Tbilvino Winery

수도원에서 내려와 트빌비노 Tbilvino 와인농장으로 향했다. 트빌비노 와인농장은 옛 소련의 국영농장이었으나 지금은 민영화 되었고 조지아 와인수출 1위를 자랑한다고 한다. 농장은 와이너리 앞에 있는 포도밭을 둘러보고 포도 재배방법을 몇가지 물어 보았다. 크게 다른 것은 없었으나 나무 한가지에 1.5개의 송이를 키운다고 한다. 포도 밭 넘어로 저 멀리 설산이 보인다. 거기서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포도나무를 경작하는데  적당한 기후를 만들어 준다고 한다.  

 

 

와이너리 안으로 들어 왔더니 어마어마한 탱크들이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았다. 생산장비에 압도되고 말았다. 공장에 원료투입부터 병입까지 생산공정에 대해 설명을 듣고 밖으로 나오니 시음 테이블이 준비되어 있었다. 여기서 시음은  치난달리 Tsinandali White Dry, 세파라비 로즈 Saperavi Rose, 크베브리 Qvevris Rkatsiteli, Qvevris Mtsvane, 무크자니 Mukuzani, 무크자니 스페셜 리저브 Mukuzani Special Reserve, 차차 세파라비 Chacha Saperavi, 트빌비노 스피릿 Tbilvino Spirit 을 했다. 한국에도 소개되어 와인매니아는 알수도 있는 와인들이다. 와인 테스팅노트가 있어서 시음내용을 간단히 정리해서 가져 왔다. 전반적으로 아로마가 좋고 여러가지 과일향과 꽃향이 있었으며 와인의 색이 연하고 맑아 좋은 인상을 남겼다. 이제 트빌비노 와인을 마셔야 할 것 같다. 

 

텔라비 전통농가 방문

 

트빌비노 농장을 나와 조지아 전통농가를 방문했다. 이미 많은 관광객이 다녀간 듯 익숙한 방식으로 우리를 맞아 주었다. 농가의 할아버지는 대문을 들어서는 우리에게 기타를 치며 환영노래를 불러 주었다. 안으로 들어서니 전형적인 농가의 분위기다. 포도나무가 10여그루 심어져 있는 길을 따라 가니 견과류를 젤리로 입혀서 만든 '믹스 넛 후루츠 젤리'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고 체험하게 했다. 옆에서는 크베브리에서 술을 떠 한잔씩 술을 권했다. 트빌비노에서 시음으로 이미 취기가 있었지만 주는 대로 한 잔을 마셨다. 거친 맛이지만 농부의 진심이 느껴졌다.  

 

 

돌벽으로 만든 집 옆에서는 화덕이 있고 여기서 포도나무 가지로 불을 피워 돼지고기 바베큐를 만들고 있었다. 숯향이 밴 꼬치구이는 부드럽고 독특한 맛이었다. 농부 할아버지는 모두의 건강과  평화를 기원하는 인사를 마치고 손녀와 함께 노래와 춤을 보여 주었다. 어린 손녀는 익숙한 듯 춤을 아주 잘 추었다. 우리 일행은 흥이 나기 시작했고 와인을 돌려가며 마시기 시작했다.  와인을 소뿔잔에 가득 따르고 원샷에 마시는 것이 여기 전통이라고 마신 후 머리에 털었다. 필자도 한잔 했다.  잠시 후 농부 할아버지는 아리랑을 부르기 시작했다. 조지아는 손님을 융숭하게 대접하는 문화가 있다고 한다. 그런 문화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아리랑을 부르는 농부할아버지

 

 

 

 

 

 

 

 

 

아침마루와이너리 

010-5288-98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