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영동에서 열린 한국와인연구회 양조가의 날 행사에 다녀 왔다. 와인 관련 다른 행사에 비해 조촐했지만 한국와인에 열정이 가득한 분들이 모여 와인 생산업체에서 제조한 한국와인을 놓고 한국음식과 잘 어울리는 와인을 선정하는 행사를 했다. 한국음식 굴전, 족발, 고르곤졸라 3가지 음식을 놓고 약60여명이 블라인드 테스트로 한국음식과 페어링이 좋은 와인을 선정했다.
이 행사에서 아침마루와이너리에서 생산한 아마로움 레드와인이 "족발과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으로 선정되었다. 족발의 이미지가 서민적이고 대중적이어서 아직은 고급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와인과 연상하는 것은 약간의 무리가 있는지 함께 했던 사모님이 '와인에 족발이 뭐야' 라고 했다. 옆에 있던 몇 분이 빙그레 웃었다.
최근 와인을 연구하거나 제조, 판매하는 분들의 고민은 한국와인과 한국음식의 궁합을 찾아 내는 것이라고 한다. 와인이 대중화의 길을 가고 있고 한국와인의 품질이 높아지면서 이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의 공통된 고민이 시작된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한국와인과 한국음식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하자.
우선 먼저, 용어부터 정리해 보자.
- 마리아쥬 Mariage : 사전적인 의미로는 결혼, 결합이라는 뜻으로 와인과 음식의 궁합을 나타내는 표현
- 페어링 Fairing : 짝을 짓는다는 뜻으로 서빙되는 음식과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의 조합 또는 서비스
마리아쥬나 페어링은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마리아쥬는 와인과 궁합을 표현하는 것이라면 페어링은 궁합을 잘 맞추는 행위 등을 말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그런데 와인은 왜 음식의 궁합을 그렇게 심각하게 고려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우리가 소주를 마시는데 음식의 궁합을 따져서 이것은 잘 어울리고 저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소주를 마시지는 않는다. 물론 삼겹살하면 소주, 파전하면 막걸리가 생각난다. 그렇지만 그렇게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삼겹살을 먹으면서 막걸리를 먹어도 파전을 먹으며 소주를 마셔도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와인의 정체를 조금 이해해야 한다. 와인은 와인마다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신맛,단맛,쓴맛,떫은맛 등이 있으며 그 농도와 성질 그리고 질감이 각기 다르다. 여기에 향이 가미되고 산화과정에서 와인 본연의 매력과 캐릭터가 나온다는 것이다. 이런 와인이 음식과 결합하면 음식과 와인의 맛을 배가시켜 주거나 아니면 맛 없는 와인을 만들어 버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음식과의 페어링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이다.
예을 들어, 화이트와인은 생선류 또는 회와 잘 어울린다고 한다. 그렇다고 등푸른 생선회와 단맛이 있는 화이트와인을 함께 먹으면 등푸른 생선의 비린 맛이 강하게 올라와 음식도 와인도 맛을 버린다. 비린맛이 있는 생선은 산도가 좋은 와인과 함께 마시면 산도가 비린 맛을 잡아주어 좋은 궁합이 된다. 생선회에 레몬즙을 짜서 먹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육류를 하나 더 예를 들면, 육즙이 가득하고 기름진 스테이크와 풀바디의 레드와인은 페어링이 아주 좋다. 묵직한 레드와인은 와인 속에 탄닌 성분이 스테이크의 단백질과 잘 결합해 맛을 좋게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탄닌이 적은 미디엄 레드와인은 스테이크 보다는 기름지지 않은 담백한 안심과 잘 어울린다.
같은 육류라도 같은 생선이라도 페어링이 다르다는 것이다. 국물이 많고 양념이 강한 한국음식과 와인은 그래서 더욱 어렵고 그 매칭을 찾아 내는 것이 와인연구자들의 고민이 되는 것이다. 한국와인의 시장이 커지고 대중화 되면서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미래를 전망하기 어렵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이야기이다.
그런 이유에서 오늘과 같은 '한국음식과 잘 어울리는 와인 선정' 행사가 매년 계속되는 것이다. 이번에 아침마루와이너리에 캠벨 레드와인이 족발과 잘 어울리는 와인으로 선정된 것은 족발은 기름진 음식이지만 담백한 맛과 단맛이 있어 풀바디의 레드와인은 쓴맛이 강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탄닌이 적은 미디엄급 레드와인은 기름진 맛을 잡아주며 가벼운 산미로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한국음식과 와인의 궁합을 찾을 것인가?
유원대학교 이유양교수의 강의 내용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이유양교수는 신토불이의 원리, 보상의 원리, 유사성의 원리가 있다고 말한다.
즉, 신토불이는 한국에서 생산된 과일과 한국음식은 잘 어울린다는 원리로 같은 지역에서 자란 과일로 와인을 제조하고 그 지역의 음식을 페어링하면 잘 매칭이 된다는 것이다.
보상의 원리는 음식의 성질이 무겁고 기름진 음식은 바디감이 좋은 음식과 매치하고 담백하고 가벼운 음식은 라이트한 와인과 매치한다는 것이다.
유사성의 원리는 무게감, 향, 산도, 당도가 유사한 음식과 와인을 매치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불고기, 찜닭은 레드와인 세미드라이 가 좋고, 담백한 수육은 산미가 있는 화이트와인이 매칭되고 갈비찜은 레드와인, 산머루와인, MBA와인 등이 좋다는 것이다. 홍어는 그 강한 향 때문에 와인과 전혀 어울리지 않고 중국음식은 묵직한 와인이 좋으며 샐러드는 첨가물에 따라 와인을 달리 페어링해야 한다고 말한다.
국물이 있는 국과 찌개류는 피하는 것이 좋고 양념이 많은 음식은 바디감이 있는 와인이 좋으며 케익과 같은 단 음식은 스위트한 화이트와인과 페어링이 좋다고 한다. 굴이나 굴전은 강한 레드와인과 마시면 비린 맛이 강하게 느껴지고 어떤 경우에는 상한 맛이 느겨지기도 하나, 산미가 강한 화이트와인과 마시면 신 맛이 비린내를 잡아주어 페어링이 좋다. 순대는 가벼운 레드와인과 먹으면 의외로 잘 어울린다.
이유양교수의 마리아쥬의 원리가 있다면 와인 페어링에 와인백과 그랑 라루스에 실린 3가지 법칙이 있다.
첫째는, 순서의 법칙이다. 와인의 맛이 충돌하지 않도록하는 것으로 맛의 단계를 순차적으로 높여 가는 것이다. 가령 스위트한 와인을 마실 때는 당도가 낮은 와인부터 시작해서 점차 당도가 높은 와인을 마신다. 식전주로는 단맛이 적은 화이트와인을 마시고 메인 요리가 나오면 당도가 조금 높은 와인을 마시며 디저트를 먹을 때는 가장 많이 단 와인을 마신다. 같은 방식으로 산도, 바디감, 맛의 복잡도 등을 낮은 단계에서 시작해서 높은 단계로 마시는 것이 순서의 법칙이다.
둘째는, 비슷한 성향의 법칙이다. 어떤 요리든 균형과 조화를 고려해 색상, 맛, 질감, 향기가 서로 비슷하게 페어링하는 것이다. 붉은 육류는 레드와인, 흰 생선에는 화이트와인, 단 요리에는 스위트와인, 달지 않은 요리에는 드라이와인, 질감이 부드러운 음식에는 라이트한 와인, 질감이 묵직한 스테이크는 바디감이 강한 와인, 향이 약한 음식에는 부드러운 향의 와인, 향이 강한 음식에는 향이 강한 와인이 어울린다는 것이 비슷한 성향의 법칙이다.
셋째는, 계절의 법칙이다. 여름에는 화이트와인, 겨울에는 레드와인을 마시며 우리나라에서는 사계절이 분명함으로 계절에 따른 와인의 선택은 중요하다. 보통 추울수록 열량이 높고 자극적인 음식을 먹게 되는데 이 때는 깊은 풍미의 레드와인이 어울리고, 여름에는 신선하고 상큼한 요리를 많이 먹게 됨으로 가벼운 화이트와인이 적격이다. 봄 가을로는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의 중간 단계를 즐기면 될 것이다.
이제 어느정도 한국음식에 대한 페어링을 알게 되었으므로 한국에서 생산된 한국와인을 우리 음식과 페어링해서 더욱 맛있게 와인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족발을 드실때는 아침마루와이너리의 아마로움 레드와인을 기억하세요.....
아침마루와이너리
010-5288-9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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