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과 사진이야기

토목기술사인 사진작가 다람이 인생3막에 농부가 되어 직접생산한 포도로 정성드려 빚은 열정과 낭만의 와인 그리고 사진이야기

Achimmaru winery

AMAROUM WINE

왜 와인을 시작했나...(1/2)

daram93 2023. 4. 17. 23:21

왜 와인을 시작했나......

인생은 참 알 수가 없는 일이다. 건설회사에서 40년 가까이 전국 건설현장을 누비며 다니다가 갑자기 와인공장을 지었다. 어느날 갑자기 와인사업을 시작해야 겠다고 마음 먹고는 그 날부터 일사천리로 달려 왔다. 그것이 지난 해(2022년 3월) 봄 이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오늘이 4월5일이다. 이제 그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한국에서 제일 큰 기업 S사에서 퇴직하고 고향으로 내려와 6개월을 쉬었다. 운이 좋았는지 나빴는지 코로나로 정국이 혼란한 시절이었다. 후배들이 퇴직이벤트를 크게 열어 준다고 했는데 회사에서 불허하는 바람에 조촐한 송별식을 끝으로 36년여 건설인으로서의 마지막을 보내고 왔다. 뭐 서운한 것도 많고 나름 만족스러운 직장생활 이었다. 이제와서 따져 본들 도움이 될 것이 없다.

코로나로 6개월을 쉬는 동안 여행도 가지 못하고 집에만 머물러야 했다. 그런데, 10일이상 휴가를 받아 본적이 없는 나에게 이렇게 쉬는 것이 평생 처음이라 너무 행복했다. 아침에 창가로 햇살이 들어와 잠을 깨울 때까지 자고 일어나면 테라스로 나와 모닝 커피를 즐긴다.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는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나간다. 가볍게 운동을하면 금방 점심이 된다. 내방으로 들어 와 그동안 미루어 놓았던 책을 들여다 보기도 하고 때로는 정원 한켠에 만들어 놓은 골프 연습을 한다. 노을이 지면 운악산 풍경에 취해서 시상을 떠 올리기도 한다. 지금은 기억도 안 나는 그런 언어들 말이다. 어두워 지면 정원에 나와 낡은 테이블에 앉아 와인을 즐겨본다. 친구들이 생각나면 문자를 보내기도 하고 개구리 울음소리, 뻐꾸기 울음소리가 들리면 감성에 젖는다.

주변 산으로 등산도 다니고 가끔 친구들과 골프를 치기도 하며, 사진동호인들과 출사를 다니기도 하면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여유롭고 좋았다. 그런데 6개월쯤 지나자 하루 종일 소파에 누워 TV채널을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TV를 보다가 하루 해를 넘기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어떤 날은 영화를 5편이나 보았다. 머리는 부시시하고 복장은 잠옷차림 그대로 였고 지난 밤에 마신 숙취가 남아있는 모습 그대로 폐인되어 가고 있었다.

아~~ 이게 아니다. 아무 생각없이 쉬는 것은 단기간으로 끝나야 하는 것이지 너무 오래가면 심신이 망가진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그래서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농업기술센타 지역담당을 찾아 가 땅이 조금 있는데 어떤 작물을 심어야 하는지 물어 보았다. 무엇이든지 해야 겠다고 생각하니 아무라도 붙잡고 물어보아야 했다. 지역담당은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면서 농촌지역에서 하는 작물의 이것 저것을 보여 주었지만 그래도 들은 것은 있어서 채소농사는 피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딱히 고부가가차가 있는 작물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우선 벼를 경작하던 땅을 메워서 밭으로 만들었다. 자~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정말 진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