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과 사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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多智濫喜/_____ 느낄 (感)

영화정보_광식이 동생 광태

daram93 2005. 12. 9. 08:08

광식이와 광태만큼 평범한 이름도 없다. 어느 모로 불러 봐도 대한민국 남자임을 의심하기 힘든, 대한민국 남자로 정의 내리기에 손색없는 이름이다. <광식이 동생 광태>의 재미는 이 평범하기 그지없는 이름에서 비롯된다. 이름만큼이나 전형적인 속성으로 분류되는 대한민국 남성의 연애관을 한번 짚어보자는 의도다. 짝사랑하는 여자에게 7년 동안 고백 한 번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 앓는 소심한 남자 광식(김주혁)이 대한민국 남성의 한 전형이라면, 마음에 드는 여자에게 무작정 돌격하는 바람둥이 남자 광태(봉태규) 역시 또한 무시할 수 없는 하나의 전형이다.

영화는 광식, 광태 형제가 지니고 있는 사뭇 다른 성격 차이로 에피소드를 구성하고 확장시켜 나간다. 33세, 현재는 동네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는 광식. 그가 대학 때부터 짝사랑하는 윤경(이요원)을 다시 만나 고백도 못하고 쩔쩔매는 동안, 비디오 가게를 운영하는 일곱 살이나 어린 동생 광태는 마라톤 대회에서 섹시한 경재(김아중)를 만나 사귀기 시작한다. 둘의 연애 형태가 대조적인 건 두말할 나위 없다. 매사 저돌적으로 애정 공세를 퍼붓는 광태와 달리 소심한 광식은 적극적인 성격의 사진관 조수 일웅(정경호)에게 윤경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다. 일반적인 멜로영화의 스토리라인 속에서 남성 내면의 심리는 종종 무시되기 십상이었다. <광식이 동생 광태>는 이렇게 천편일률적으로 묘사되던 멜로영화의 남성형을 보다 입체적으로 짚어보려 한다. 연애 앞에서 섬세해질 수 있는 것이 여성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연애에 빠진 남성의 심리 역시  여성만큼이나 복잡다단하며
존중받아 마땅하다는 것을 알려주자는 것이다. 영화는 남녀의 관계와 그 결과치에 올인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각 남성들의 캐릭터다. 서로 상반된 캐릭터에 따라 남녀 관계는 얼마든지 변화와 조정이 가능한 부수적 결과인 것이다. 옴니버스식으로 전개되는 영화의 독특한 구성은 둘의 상반된 성격을 보다 여실히 드러내준다. 광식의 소심한 면이 드러나는 에피소드가 하나의 스토리를 형성한다면, 그 사이 사이로 광태의 캐릭터를 보여 줄 에피소드들이 적절하게 배치된다. 이렇듯 형제의 각기 다른 에피소드들이 전개되는 동안 스토리는 자연스럽게 끼워 맞춰진다. 소심하지만 따뜻한 광식 캐릭터는 그간 김현석 감독이 그려오던 남성형의 연장선상에 있는 인물이다. 데뷔작 <YMCA야구단> 이전 김현석 감독이 집필한 두 편의 로맨틱 코미디 <사랑하기 좋은 날>과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의 남성 캐릭터를 보면 단박에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영화의 핵심은 결국 사랑 앞에서 소심한 광식이나, 저돌적이지만 진실한 사랑을 깨닫지 못하는 광태가 대한민국 모든 남성의 내면에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두 개의 측면일 수 있다는 데 있다. 연애 드라마라는 외형을 빌리곤 있지만 <광식이 동생 광태>는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시행착오를 통해 대한민국 성인 남성들의 특별한 성장통을 짚어낸다.

영화의 많은 부분들은 현재를 살고 있는 평범한 남자가 겪어봤을 법한 지극히 평범한 일상들로 채워진다. 사실감을 저해하는 자극적이고 억지스런 설정은 배제된다. 그러나 광식과 광태가 완전히 땅에 발을 붙이고 있는 인물만큼의 사실감을 부여받고 있는 건 아니다. <광식이 동생 광태> 정체성은 바로 이 수위 조절에 의해 규정된다. 두 인물의 실제성은 어디까지나 로맨틱 코미디라는 기획 영화의 장르적 속성에서 어긋나지 않을 만큼까지다. 판타스틱한 멜로영화의 본령을 놓치지 않는 덕분에 영화의 심각 지수는 그만큼 덜어지고, 가볍고 기분 좋은 웃음도 생산된다.

 
[자료출처: 네이버 - 2005.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