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받아 마땅하다는 것을 알려주자는 것이다. 영화는 남녀의 관계와 그 결과치에 올인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각 남성들의 캐릭터다. 서로 상반된 캐릭터에 따라 남녀 관계는 얼마든지 변화와 조정이 가능한 부수적 결과인 것이다. 옴니버스식으로 전개되는
영화의 독특한 구성은 둘의 상반된 성격을 보다 여실히 드러내준다. 광식의 소심한 면이 드러나는 에피소드가 하나의 스토리를 형성한다면, 그 사이
사이로 광태의 캐릭터를 보여 줄 에피소드들이 적절하게 배치된다. 이렇듯 형제의 각기 다른 에피소드들이 전개되는 동안 스토리는 자연스럽게 끼워
맞춰진다. 소심하지만 따뜻한 광식 캐릭터는 그간 김현석 감독이 그려오던 남성형의 연장선상에 있는 인물이다. 데뷔작 <YMCA야구단>
이전 김현석 감독이 집필한 두 편의 로맨틱 코미디 <사랑하기 좋은 날>과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의 남성 캐릭터를 보면
단박에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영화의 핵심은 결국 사랑 앞에서 소심한 광식이나, 저돌적이지만 진실한 사랑을 깨닫지 못하는 광태가 대한민국 모든
남성의 내면에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두 개의 측면일 수 있다는 데 있다. 연애 드라마라는 외형을 빌리곤 있지만 <광식이 동생
광태>는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시행착오를 통해 대한민국 성인 남성들의 특별한 성장통을 짚어낸다.
영화의 많은 부분들은 현재를 살고 있는 평범한 남자가 겪어봤을 법한 지극히 평범한 일상들로 채워진다. 사실감을 저해하는 자극적이고 억지스런
설정은 배제된다. 그러나 광식과 광태가 완전히 땅에 발을 붙이고 있는 인물만큼의 사실감을 부여받고 있는 건 아니다. <광식이 동생
광태> 정체성은 바로 이 수위 조절에 의해 규정된다. 두 인물의 실제성은 어디까지나 로맨틱 코미디라는 기획 영화의 장르적 속성에서 어긋나지
않을 만큼까지다. 판타스틱한 멜로영화의 본령을 놓치지 않는 덕분에 영화의 심각 지수는 그만큼 덜어지고, 가볍고 기분 좋은 웃음도 생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