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구적 시각에서 본 중동문화
지금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는 한류바람이 한참이다. 지난 연말 “겨울연가”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방영되었는데, 그 감흥을 이기지 못한 시청자들의 빗발같은 성화로 “겨울연가”가 2주만에 재방을 시작했다고 한다. 드디어 사하라 사막에도 한류의 열풍이 거센 모래바람을 몰아내고 있다.
♡ 왜 아랍인들은 한국 드라마에 열광할까?
첫째, 그들은 한국 산하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는다.
철따라 바뀌는 형형색색의 자연과 쾌적한 환경에다 눈 속에 뒹굴며 사랑을 속삭이는 광경은 천국(잔나)을 상상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둘째, 청순하고 지나치게 선정적이지 않는 젊은 세대들의 사랑의 이야기가 억제되고 통제된 그들 사랑을 대변해 주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인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관심과 애정이 남달랐을 것이다. 그것이 서구의 세속주의 문화에 태생적 저항감을 갖고 있는 서양의 러브 스토리였다면 그렇게 인기를 끌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들은 1970년대 이후 우리 건설 근로자들의 성실과 근면성을 신화처럼 기억하고 있다. 대학과 관공서, 고속도로와 발전소 등 한국 기업들이 이룬 국가적 상징물들을 보면서 오늘도 그들은 한국을 기억하고 있다. 더 나아가 한국산 전자제품과 휴대폰 자동차들을 오히려 일본제품을 앞질러 선호하는 경향이 나날이 확산되고 있다. 24시간 한국제품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지독한 한국사랑이다.
9.11 테러 이후 지구촌의 초점은 온통 중동과 이슬람이다. 이라크 전쟁으로 한국군의 파병됨으로써 우리의 관심도 중동으로 쏠리고 이슬람에 관심도 크게 늘어났다. 따지고 보면 지금도 원유의 70% 가까이를 중동에서 들여오고, 중동 특수를 원동력으로 우리가 1970년대 100억불 수출과 국민소득 1000불 시대라는 대망의 꿈을 이루지 않았는가? 오늘날의 우리 경제가 자리를 잡는 계기가 중동이었다.
♡ 그럼에도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어떤가?
우리의 뇌리 속에 중동과 그들의 문화인 이슬람에 대해서는 온통 부정적인 이미지만 가득하다. 그들 뒤에는 야만, 미개, 전근대적, 호전이란 단어들이 따라 다닌다. 과연 그럴까? 나는 10년을 계속 살아 봤고, 문화인류학이란 전공의 특성상 25년을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중동 전역을 현지조사하며 돌아다녔어도 한 번도 그 사람들이 나를 해친다거나 테러리스트일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순수하고 의리를 존중하는 그들은 처음 만난 사람에게도 빵과 잠자리를 건네는 사람들이다. 내일 당장 먹을 것이 없어도 오늘 찾아 온 손님을 그냥 돌려보내는 법이 없다. “공동체에 한 톨의 양식이라도 남아 있는 한 굶주리는 자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그들의 삶의 철학이고 공동체 정신이다. 이처럼 오아시스에는 물과 나눔이 넘친다. 호전적이고 약육강식의 법칙 밖에 모른다는 서구의 아랍인 묘사는 완전히 조작되었고, 사실과 거리가 멀다.
♡ 그럼에도 왜 이슬람과 아랍은 우리에게 온통 부정적이야 할까?
우리의 시각과 시선으로 중동지역과 이슬람 문화를 들여다 기회와 채널이 없었기 때문이다. 신문 외신란에 실리는 자살 폭탄테러, 전쟁, 갈등, 분쟁 이란 단어로만 그들을 보고 그들의 진정한 삶의 모습과 고민의 언저리들을 들여다 볼 창이 없었다는 뜻이다.
더욱 심각한 왜곡은 중동과 이슬람의 문제를 온통 적대적 이해당사자인 미국과 유대중심의 언론과 관점으로 보아왔다는 점이다. 지난 50년간 객관과 공정보도라는 허울에 빠져 체계적이고 구조적으로 양산된 지적 편중이 우리를 인식의 식민상태에 놓이게 한 것이다. 이런 왜곡 현상은 너무나 팽배해 있어 적어도 균형감각을 갖게 될 때까지만 해도 한 세대는 더 기다려야 될지도 모른다.
지구촌 4분의 1에 육박하는 세계최대 단일 문화권이다. 그런데 이슬람 세계에서 아랍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인구와 분포에서 전체의 25% 정도이다. 나머지 대부분의 이슬람은 아시아에 집중되어 있다.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가 인도네시아이고 무슬림 인구수로 두 번째 나라가 1억 8천만의 인도이다.
파키스탄과 방골라데시는 물론 중앙아시아 전역도 이슬람권이다. 8세기 이미 이슬람화 된 이후 오늘날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즈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아제르바인잔 등이 모두 약 2억의 인구를 갖고 있는 이슬람 국가다. 동남아에서는 말레이시아, 부르나이는 물론 불교국가인 태국에도 4백만,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에도 5백만의 무슬림들이 단단한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중국에도 5천만에서 1억 정도의 무슬림들이 분포해 있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이슬람은 우리와 이웃한 아시아의 종교가 아닌가.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이희수 교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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