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과 사진이야기

토목기술사인 사진작가 다람이 인생3막에 농부가 되어 직접생산한 포도로 정성드려 빚은 열정과 낭만의 와인 그리고 사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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多智濫喜/__ 지혜로울 (智)

침팬지와 인간은 98.4%가 같다.

daram93 2005. 11. 1. 16:44

같음과 다름

 

조금 오래된 일이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친구가 부부로 같이 사는 일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심각하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아내와 자기의 생활 방식이 너무 다르다는 것이었다. 그 친구가 구체적으로 언급한 가장 큰 불만은 그의 아내가 잠잘 때도 불을 켜놓는다는 것이었다. 자기는 불이 켜져 있으면 잠을 자지 못하는데 아내는 불을 끄면 무섭다며 환하게 밝히고 잠을 잔다고 했다.

 

그러니 한 방에서 잠잘 수 있겠느냐고 했다. 다른 불만은 없고 아내를 사랑하지 않은 것도 아닌데도 그렇다는 것이었다. 세상에, 뭐 그런 일을 가지고 사네 못 사네 한단 말인가, 할지 모르지만, 사람들을 같이 살게 하거나 같이 살지 못하게 하는 것들이 대개 그처럼 사소한 경우가 많다.

 

유명한 어떤 가수가 이혼을 하고 텔레비전 방송에 나와 그들 부부가 같이 살기 어려웠던 이유로 칫솔을 꽂아놓는 방향의 차이를 언급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예컨대 남자는 칫솔 모를 위로 향하게 세워놓는데 여자는 칫솔모를 아래로 향하게 세워놓는다는 것이었다. 칫솔 세워놓는 방향의 차이 때문에 이혼까지 한 건 설마 아니겠지만, 여기서도 같이 살거나 같이 살지 못할 조건이 아주 심각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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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와 인간은 98.4%가 같다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야말로 신비 중에 신비다. 객관적으로 아주 잘 어울려 보이는 커플이 사귐을 이어가지 못하고 헤어지기도 하고 누가 보아도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들이 오랫동안 헤어지지 않고 잘 살기도 한다.

 

아흔아홉이 같아도 하나가 다르면 그 다른 하나 때문에 헤어진다. 그런가하면 아흔 아홉이 달라도 하나가 같으면 그 같은 하나 때문에 같이 살기도 하는 것이 인간사이다. 문제는 둘 사이의 같은 것과 다른 것의 숫자가 아닌 것 같다.

 

'제 3의 침팬지‘라는 책에서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사람과 침팬지의 DNA 차이가 1.6%에 불과하다는 흥미로운 자료를 제시했다. 인간의 DNA 중 98.4%가 침팬지의 그것과 같다. 심지어는 침팬지와 고릴라의 DNA 차이보다 침팬지와 인간의 DNA 차이가 더 적다. 침팬지와 고릴라보다 침팬지와 인간 사이가 더 가깝다는 것이다.

 

이 1.6%의 아주 근소한 유전자 차이가 직립 자세라든가 두뇌의 크기, 언어 능력, 독특한 성생활 등 침팬지와 구별되는 인간만의 독특한 특징들을 만들어낸다. 종의 성격을 결정짓는 중요한 유전자는 1.6%의 DNA 안에 있다는 것. 이 말은 침팬지와 구별되지 않는 98.4%의 그 엄청난 DNA들이 실은 잡동사니에 불과하다는 걸 드러낸다.

 

심지어는 1.6% 중에서도 상당 부분이 잡동사니일 거라고 한다. 정말로 중요한 유전자는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거의 대부분’ 같지만 그러나 인간은 침팬지와 다르다. 1.6%의 아주 작은 수치가 두 종을 전혀 다르게 구별시킨다. 아흔 아홉이 같지만 결정적인 하나가 다르기 때문에 인간은 인간이고 침팬지는 침팬지인 것이다.

 

닮은 것이 많다고 하나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닮은 것이 많지 않다고 하나가 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그 닮음이 잡동사니인가, 아닌가에 있다. 문제는 그 같음이 결정적인 것인가, 아닌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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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하나를 만드는가

 

어느 정파도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한 독일 정국에 다양한 연정 시나리오가 구상되고 있는 모양이다. 슈뢰더의 사민당과 메르켈의 기민-기사연합이 손을 잡는 대연정부터 기민-기사 연합에 자민당과 녹색당이 합쳐지는 자메이카 연정, 사민, 녹색, 자민당의 신호등 연정 등이 거론되고 있다는 뉴스를 읽으며 남의 나라 이야기 같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나왔다. 연합하게 하는 조건은 무엇일까. 무엇이 차이를 넘어 하나를 이루게 하는 것일까.

 

언젠가 한 젊은이가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그는 정통 기독교에서 이단이라고 지목한 한 교파의 지도자가 주도하는 집회에 참석했노라고 했다. 그 지도자의 말에서 ‘다른’ 성경 해석을 찾아내려고 애를 쓰며 나름대로 경청했는데 아무리 들어도 다른 점을 찾을 수가 없더라는 것이었다.

 

그때 나는 침팬지와 인간의 DNA 구조가 98.4%나 똑같다는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말을 들려주었다. 그리고 덧붙였다. 옳고 그른 것은 차치하고, 아마 아흔여덟, 혹은 아흔 아홉이 같을 것이다.

 

다른 것은 하나나 둘뿐일 것이다. 그런데 그 다른 하나나 둘이 결정적인 것이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같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우리의 정파들이 내세우는 이념들이 대개 거기서 거기라는 건 다 아는 사실이다. 구성원들도 왔다갔다 하고 정책도 닮은 것이 많다. 나누고 분쟁하는 것보다 연합하고 하나가 되는 것은 필요하고 좋은 일이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의 연합의 근거, 혹은 구실이 잡동사니에 불과한 98.4%의 같음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일치하는 것이 많아도 1.6%의 결정적인 차이가 있으면 그 부부는 같이 살지 못한다.

 

 이 경우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의 하나됨은 잡동사니에 불과한 무의미한 ‘거의 대부분의’ 같음이 아니라 아주 적은 수일지라도 유의미한, 결정적인 같음에 근거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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