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과 사진이야기

토목기술사인 사진작가 다람이 인생3막에 농부가 되어 직접생산한 포도로 정성드려 빚은 열정과 낭만의 와인 그리고 사진이야기

Achimmaru winery

Daram Gallery/Theme & issues

미안해...

daram93 2008. 2. 19. 14:09

.

 

우린 지난 여름에 만났다.

뜨거운 태양이 대지를 녹이고 파도처럼 밀려와

나의 입술에 멈추더니 이내 나의 심장으로 파고들어와

열사병 같은 현기증을 느끼게 하던 어느날........

 

그는 지친 나에게 들어 왔다.

우리는 달콤하고 꿈 같은 시간들을 보냈다.

그는 항상 나의 투정을 받아 주었고

혼자 일때면 바람처럼 다가와 귓볼에 속삭이는

봄바람처럼 나를 달콤한 사랑에 빠지게 했다.

그는 마치 미지의 세계에서 온 듯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였다.

 

하지만,, 이제 그는 갔다.

난 그가 떠나 갔다는 사실에 대해서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비가 억수로 쏟아 지던 날.......

난 그와의 약속에 늦었다. 그래서, 전철에서부터 우산도 없이

좁은 골목을 뛰어 갔다. 모퉁이을 돌아서 목조 건물로된 2층계단을

쿵쿵쿵 뛰어 올라가 카페문을 열려는 순간 ......

 

카페 문이 열리면서 그가 나왔다.

"자~, 머리 다 젖었어....." 라고 말하면서 노란 손수건을 내밀었다.

 

이 날 받은 손수건,

난 정성드려 빨아서 여러번 다림질을 하고 샤넬 향수를 살짝

묻혀서 돌려 주려고 그를 만날 때마다 가지고 나갔다........

 

그의 물건,

그의 숨결과 그의 냄새가 베어 있는 물건 하나쯤 간직하고

싶었다. 그래서, 난 번번히 손수건을 돌려 주지 못했다.

아니, 돌려 주고 싶지 않았다.

 

 

언제부터 인지 알 수 없지만 그에게서 연락이 없었다.

핸드폰은 꺼져있고 자주가는 카페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난 화가 났다.

그에게 문자를 날리기 시작했다. 행운의 숫자 7분 간격으로

문자를 보내면 왠지 답장이 올까봐 7분마다 200통이나 날렸다.

 

"지훈아. 너 죽을래?"

 

몇일이 지난 어느날 아침.

기다리던 문자가 왔다.

 

"은주야! 사랑했어. 날 용서해 주는거지.

이 세상에서 마지막 인사야. 다음 생애에

우리 사랑 꼭 이루자."

 

그는 갔다.

그는 죽음을 예견하고 날 슬프게 하지 않기 위해 예약문자를

남겼다. 오랜 지병으로 그는 늘 창백했다. 난 그가 하얀 얼굴을

가진 부드럽고 따뜻한 남자로만 알았다.

 

지금 내 마음에 비가 내린다.

오늘 난 그를 처음 만났던 이 곳에서 그를 떠나 보내며

용서를 빈다..

 

 

그 해 여름..........

 

돌에다가 이름을 새겨서 바다에 던지면 소원이 이루어 진다고

그는 계속해서 우리의 이름을 적어 바다에 던졌다.

절박한 그의 심정을 알 수 없었던 난 마냥 즐겁기만 했다.

 

오늘,

그 날의 흔적을 발견한 나는

울음을 멈추 수가 없었다.

 

"미안해,, 그런 줄도 모르고 난 바보 같았어.

 정말 미안해............."

 

 

 

그렇게 해서 나의 여름은 가고

겨울바다는 지난 날의 일들을 삼켜 버린 듯 ..........

떨어지는 태양을 품에 않는다.

 

지훈아~!

우리의 사랑을 완성하기 위해서 난 오늘도 여기서

돌을 던진다............

 

 

황혼이 드는 겨울바다에서 너의 꿈을 꾼다.

물기 머금은 갯벌도 황금빛으로 물들어 가고  

작은 섬위를 한가로이 날으는 갈매기는 짝을 찾아 떠나고

난 어느새 너의 그림자가 되어

망부석이 된다..

 

아스라히 피어 오르는 깊은 그리움,

벗어나기 싫은 가슴속 고백을 깨물며 내 영혼은 춤을 춘다.

이루지 못한 사랑이 붉은 노을빛에 더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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