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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지난 여름에 만났다.
뜨거운 태양이 대지를 녹이고 파도처럼 밀려와
나의 입술에 멈추더니 이내 나의 심장으로 파고들어와
열사병 같은 현기증을 느끼게 하던 어느날........
그는 지친 나에게 들어 왔다.
우리는 달콤하고 꿈 같은 시간들을 보냈다.
그는 항상 나의 투정을 받아 주었고
혼자 일때면 바람처럼 다가와 귓볼에 속삭이는
봄바람처럼 나를 달콤한 사랑에 빠지게 했다.
그는 마치 미지의 세계에서 온 듯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였다.
하지만,, 이제 그는 갔다.
난 그가 떠나 갔다는 사실에 대해서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비가 억수로 쏟아 지던 날.......
난 그와의 약속에 늦었다. 그래서, 전철에서부터 우산도 없이
좁은 골목을 뛰어 갔다. 모퉁이을 돌아서 목조 건물로된 2층계단을
쿵쿵쿵 뛰어 올라가 카페문을 열려는 순간 ......
카페 문이 열리면서 그가 나왔다.
"자~, 머리 다 젖었어....." 라고 말하면서 노란 손수건을 내밀었다.
이 날 받은 손수건,
난 정성드려 빨아서 여러번 다림질을 하고 샤넬 향수를 살짝
묻혀서 돌려 주려고 그를 만날 때마다 가지고 나갔다........
그의 물건,
그의 숨결과 그의 냄새가 베어 있는 물건 하나쯤 간직하고
싶었다. 그래서, 난 번번히 손수건을 돌려 주지 못했다.
아니, 돌려 주고 싶지 않았다.
언제부터 인지 알 수 없지만 그에게서 연락이 없었다.
핸드폰은 꺼져있고 자주가는 카페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난 화가 났다.
그에게 문자를 날리기 시작했다. 행운의 숫자 7분 간격으로
문자를 보내면 왠지 답장이 올까봐 7분마다 200통이나 날렸다.
"지훈아. 너 죽을래?"
몇일이 지난 어느날 아침.
기다리던 문자가 왔다.
"은주야! 사랑했어. 날 용서해 주는거지.
이 세상에서 마지막 인사야. 다음 생애에
우리 사랑 꼭 이루자."
그는 갔다.
그는 죽음을 예견하고 날 슬프게 하지 않기 위해 예약문자를
남겼다. 오랜 지병으로 그는 늘 창백했다. 난 그가 하얀 얼굴을
가진 부드럽고 따뜻한 남자로만 알았다.
지금 내 마음에 비가 내린다.
오늘 난 그를 처음 만났던 이 곳에서 그를 떠나 보내며
용서를 빈다..
그 해 여름..........
돌에다가 이름을 새겨서 바다에 던지면 소원이 이루어 진다고
그는 계속해서 우리의 이름을 적어 바다에 던졌다.
절박한 그의 심정을 알 수 없었던 난 마냥 즐겁기만 했다.
오늘,
그 날의 흔적을 발견한 나는
울음을 멈추 수가 없었다.
"미안해,, 그런 줄도 모르고 난 바보 같았어.
정말 미안해............."
그렇게 해서 나의 여름은 가고
겨울바다는 지난 날의 일들을 삼켜 버린 듯 ..........
떨어지는 태양을 품에 않는다.
지훈아~!
우리의 사랑을 완성하기 위해서 난 오늘도 여기서
돌을 던진다............
황혼이 드는 겨울바다에서 너의 꿈을 꾼다.
물기 머금은 갯벌도 황금빛으로 물들어 가고
작은 섬위를 한가로이 날으는 갈매기는 짝을 찾아 떠나고
난 어느새 너의 그림자가 되어
망부석이 된다..
아스라히 피어 오르는 깊은 그리움,
벗어나기 싫은 가슴속 고백을 깨물며 내 영혼은 춤을 춘다.
이루지 못한 사랑이 붉은 노을빛에 더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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